진리의 말씀

[마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재출가를 허락한 부처님

qhrwk 2024. 8. 23. 07:14

 

 

[마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재출가를 허락한 부처님

 

부처님이 쿠루수의 법행성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상사리불(象舍利弗)이 법복을 벗고 속인의 생활로 돌아갔다.
어느 날 아난다가 성중으로 걸식을 나갔다가 상사리불 집 앞에 이르렀다.
 상사리불은 집에서 두 여자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가 아난다를 보자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했다.
 걸식에서 돌아온 아난다는 부처님에게 성중에서 본 일을 아뢰었다.

“상사리불은 성품이 부드럽고 행실이 훌륭한 수행자였습니다. 

항상 남을 위해 설법하기를 싫증내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세속으로 돌아가 욕락을 즐기는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는 아직 아라한이 되지 못한 사람이다. 아라한은 결코 법복을 버리고 세속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다.이레 뒤에는 다시 여기로 와서 번뇌를 없애는 수행을 할 것이다.
상사리불이 세속으로 나간 것은 전생의 업에 이끌렸을 뿐이다.”

상사리불은 과연 이레 뒤에 부처님을 찾아왔다. 

다시 사문의 행을 닦기를 청하였다. 

부처님이 이를 허락했다. 

그는 다시 비구가 되어 열심히 수행한 끝에 곧 아라한이 되었다. 

어느 날 상사리불은 걸식을 하기 위해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성중으로 들어갔다. 

 

이를 본 어떤 범지가‘저 사문의 허물을 폭로하리라’고 생각하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 사람은 한때 아라한인척 하더니 세속으로 돌아가 오욕락을 누렸다.
이제는 다시 사문이 되어 걸식하면서 거짓으로 청렴결백한 척한다.
그러나 그는 여자들만 보면 이리저리 생각하고 상상하며 욕정을 일으키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이상하게 생각하여 상사리불에게 물었다.
“존자는 그 전에 아라한이었는데 어떻게 세속으로 돌아갔으며, 왜 다시 출가했습니까?”
“나는 과거에 아라한이 아니었습니다. 아라한은 법복을 버리고 세속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습니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11가지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즉 법복을 버리고 세속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세속의 욕락을 익히지 않으며,
살생하지 않으며,
훔치지 않으며,
음식을 남겨두지 않으며,

거짓말하지 않으며,
나쁜 말을 하지 않으며,
의심이 없으며,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른 스승에게 배우지 않고,
다시는 재생을 받지 않습니다.”
상사리불이 솔직하고 미묘한 설법을 하자 저들은 의심을 풀고 존경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 <증일아함 46권 목우품(牧牛品) 제4경 >

아라한이 세속 갔다 왜 재출가 그땐 아라한이 아니었기 때문
일제의 帶妻 허용…전통 훼손 재출가制로 청정승단 회복을
출가비구의 결혼을 금해온 것은 불교의 전통이다.

부처님도 처자를 버리고 출가했고, 많은 제자들도 독신수행자였다.
처자를 거느리고 욕망을 따르는 생활은 번뇌를 소멸시키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 동안 이 전통이 무너졌다.
 

해방 후 1954년부터 시작된 불교정화는 일제에 의해 훼손된 청정승단을 회복하기 위한 운동이었다. 
이 과정에서 삼보정재가 가족부양을 위해 탕진되는 것을 막으려는 비구측과,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대처측의 양보 없는 절 뺐기 싸움이 벌어졌다. 

 

비슷한 사정이었던 대만은 경우가 달랐다.
금강계단을 설치하고 결혼한 승려에게 재출가를 시켰다.
환계와 재출가의 방법을 활용해 소리 없이 청정승단을 회복할 수 있었다.
재출가는 부처님 당시부터 있어온 제도다.

 증일아함 27권 제10경에 의하면 상가마(僧伽摩)라는 수행자는 일곱 번을 환계하고 다시 

득도(得度)한 끝에 아라한과를 성취했다는 기록이 있다.
동남아불교에서는 환계자(還戒者)에 대한 재출가를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이렇게 선을 그어주는 것이 청정승단의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한 제도다.

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