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서원 하나에 생사를 걸고 가리라♣
원아진생무별념 願我盡生無別念
신새벽 어둠 속 정적을 가르고 곤한 잠을 깨우는 도량석 목탁소리가 들리면 침묵 속에서 대중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잠에 취한 눈을 제대로 뜨기 전에 도량석은 어느새 끊어질듯 이어지는 유장한 염불가락의
쇠송으로 바뀐다.
해인사 관음전의 태징과 궁현당의 소종이 서로 주고받으며 범음가락으로 읊조리는 쇠송은
가슴 깊이 영혼을 울리고 법계를 장엄한다.
그 소리는 그윽함도 아니고 맑음도 아니고 아름다움도 더욱 아니다.
소리를 넘어 서는 소리, 소리가 끝어져 마침내 소리를 완성하는 유장한 아득함이다.
소리 자체로 진리이고 법음이다.
이름 붙일래야 붙일 수 없지만 그래도 그 이름을 붙여 장엄염불이란다.
쇠송염불을 따라 가다보면 말미에
‘원아진생무별념(願我盡生無別念) 아미타불독상수(阿彌陀佛獨相隨)’ 운운 하는 시구에 이르게 된다.
‘원컨대 이 생이 다하도록 별다른 뜻 없이 오로지 아미타부처님을
지성으로 따르리라’라는 서원이다.
시도 때도 없이 잡다한 번뇌가 발목을 잡아 출가의 의지가 흔들릴 때소리를 넘어서는 의미로
다가오는 쇠송염불은 마치 아미타부처님을 직접 친견한 새로움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번뇌의 굴레에서 청량제처럼 다가온 쇠송염불의 의미는 구원의 밧줄이다.
이 서원의 밧줄을 놓지 않고 가리라는 의지가 오늘에 이르게 한 것일지 싶다.
도가 높아지면 마장이 성한다든가. 이제는 곁눈질만으로는 만족할 수없나 보다.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영토 확장의 창검들이 분주하다.
중흥과 발전의 이름을 달고 제행무상의 고상한 설법을 내세우지만 마음 저 깊은 곳은 영토 확장의
번득거림이다.
번득거림에는 그림자처럼 암투와 사술이 줄기처럼 따라 나옴을 보게 된다.
잘못되어 가는 모습이라고 주문처럼 일깨우지만 어리석은 중생심으로 편가르고 파당지음이 또
앞자리를 차지한다.
일체의 장식을 놓아버린 헌헌장부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일일까.
이제 시주밥 축내는 중노릇의 세월이 원아진생무별념의 의미를그 평면적 뜻으로만 보기엔 많이
부족하다.
별다른 생각없이 오로지 한길을 가리라는 말로는 흔들림을다스릴 수 없다.
별다른 생각이 아니라 절대 다른 생각을 내지 않고목숨을 바쳐 아미타부처님을 따르리라고 더
지극하게 다 잡아 서원을 세워야만 하는 중노릇이다.
그 서원으로 늘 새로운 길을 내야 하리라.
오롯하기만 했던 해인사궁현당의 쇠송염불을 이제 다시 듣는다면 지극해진 마음만큼 지극한
울림으로 다가 올까.
지극한 그 마음으로 쇠송염불을 다시 한번 들을 일이다.
염불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서원도 반복해서 반추해야하고 더 지극해져야만 한다.
서원과 흔들림의 반복 속에서 신심이 깊어지리라.
도각스님 사자암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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