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 사물 스승으로 여겨야♣
『반야심경』을 살펴보면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 시 조견오온개공’이라, ‘보살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실 때 오온이 공함을 보시고’라 했습니다.
즉 부처님께서 성도하실 때에도 이 오온이 공함을 보셨으며 이것이 부처님 성도의 요체입니다.
나라는 존재를 이루고 있는 이 오온이란 ‘색수상행식’을 말합니다.
이 가운데 ‘색’은 물질, 나의 몸을 뜻하며 ‘수상행식’은 여러 감각과 의식의 작용을
뜻하는 것입니다.
즉 육체와 정신인데 유교에서는 이를 혼백, 즉 혼과 뼈로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내 몸과 내 몸으로 들어오는 감각, 그리고 그를 느끼는 의식까지도 모두 공하다는 것이
부처님의 깨달음이었습니다.
이처럼 공한 것이 오온인데 이 오온이 쌓여 만들어진 몸이 세상을 살아가면서받는 고통은 어떤
것일까요.
티베트의 옛 고승 쌍게예세가 영가의 세계를 살펴보니 암컷 아귀 한 마리가 5백 마리의 새끼를
낳아 놓고는 ‘먹을 것을 구하러 인간세계에 간지 12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는 남편 아귀를
찾아 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스님이 암컷 아귀의 부탁을 받아 인간 세상을 살펴보니 남편 아귀가 보였습니다.
쌍게예세가 남편 아귀에게 암컷 아귀의 말을 전하며 ‘먹을 것은 찾았냐’고 물으니 수컷 아귀가
‘먹을 것을 구했다’며 내민 것이 손가락 한 마디만한 가래침이었습니다.
수컷 아귀는 ‘이것은 스님의 가래침이라 수많은 아귀가 그것을 얻고자 다툼을 했는데 내가 간신히
이것을 차지했다’며 자랑스럽게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지옥 아귀가 이 세상에서 12년 동안을 헤매 구한 먹을 것이라는 게 고작 가래침 한 덩이인데
그나마도 스님의 것이라 조금 더 맑고 깨끗하다며 다투는 아귀들이니 그들이 겪는 고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겪는 고 역시 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육도 윤회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불교 철학은 바로 이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말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소멸에 이르기 위한 수행의 방법으로 ‘바라 보는 것’을 제시합니다.
‘바라본다’는 것은 ‘지관(止觀)’이라고 합니다. 모든 것을 바라보는 순간 그것은
그친다는 뜻입니다.
괴로울 때는 괴로운 나를 바라보고, 즐거울 때도 즐거운 나를 바라보세요.
그러면 어느 순간인가 즐거운 나와 바라보는 나가 구분이 됩니다.
바로 이것이 소멸에이르는 길입니다.
[보경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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