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공(空)은 묘하게 존재하는 것입니다♣
불교에 따르면 모든 존재는 변화합니다.
그 속에 변화하지 않는 고정된 실체는 따로 없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는 존재의 어느 순간을 잡아내어 ‘이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예컨대, 섬진강을 생각해보십시오. 섬진강은 시시각각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다르고 나날이 다르며 아침 저녁으로도 달라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의 섬진강을 딱 잘라내어, ‘이것이 섬진강’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그 순간만을 섬진강이라고 규정한다면, 그 순간 이외의
섬진강은 섬진강이 아닌 것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고정된 실체로서의 섬진강은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단지 이름이 섬진강일 뿐이지요. 하지만 섬진강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고정된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현상으로
섬진강은 분명 존재합니다.
존재하면서 분명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있습니다.
그 가운데 많은 물고기를 갈무리하고 있으며, 토사를 운반하면서 흘러가고 있습니다.
고정된 실체가 없는 섬진강은 유유히 흐르면서 찰나 생멸(刹那生滅) 하고 있습니다.
조건 지워진 것은 모두다 마치 꿈과 같고 허깨비, 물거품, 그림자와 같으며 이슬과 같고
번갯불과 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관찰할지니라.
『금강경』의 마지막 시에서 말하고 있는 꿈, 허깨비, 물거품, 그림자 그리고 이슬과
번갯불의 공통점은 무엇이겠습니까?
일순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순간 사라져 버리는 것들입니다.
고정된 실체가 없이 찰나 생멸하는 것들이지요. 이것을 불교용어로 진공묘유
(眞空妙有)라고 합니다.
진공은 ‘참다운 공’을 말하며 묘유는 ‘묘하게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선가에 전해 내려오는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몹시 더운 어느 여름날, 마곡보철 선사가 부채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떤 스님이 와서 물었습니다.
“바람의 본질은 변함이 없고 두루 작용하지 않는 곳이 없다는데, 스님께서는 어째서 부채질을
하고 계십니까?” 선사가 대답했습니다.
“그대는 바람의 본질이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아는지 몰라도, 두루 작용하지 않는 곳이 없다는
이치는 모르고 있구먼.”
“그것이 무엇입니까?” 선사는 아무 말 없이 부채질을 계속했습니다.
바람의 본질은 변함이 없고 두루 작용하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에 부채질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공(空)에 떨어진 것입니다.
더위는 본래 없습니다.
그러나 더운 현상은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채질을 해야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아니, 부채질을 떠나서 바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존재는 찰라 생멸합니다. 때문에 그 안에 고정된 실체로서의 ‘나’는 없습니다.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 따라 갈 뿐이지요. 하지만 모든 존재는 분명히 현상으로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랑을 베풀며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무아(無我)이며 연기(緣起)이고
중도(中道)이자 공(空)인 불교적 지혜는, 자비로써 실천되기 때문입니다.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 따라 가는 우리의 삶에서 나는 지금 누구에게 자비를 베풀고 있습니까?
누구에게 사랑을 전해주고 있습니까? 모든 것이 찰라 생멸하는 이 세상, 부귀와 탐욕으로 눈이
어두 워져 진정으로 보고 느껴야 할 것을 놓치고 있는지 않은지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당신의 따뜻한 심장이 원하는 것을 행하도록 하십시오.
[월호스님-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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