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華嚴經) 해설(解說)- 제11강 화엄경의 내용 -제6회 십지품
제6회는 십지법문을 설하는〈십지품〉한 품이다. 따라서 이〈십지품〉은 다른 회에서
설법좌가 마련되는 부분까지〈십지품〉내에 함께 교설되어 있다.
26. 십지품
십지사상은 인도 대승불교사상사의 전개과정에서 뺄 수 없는 주맥이 되고 있는 사상이 아닌가 여겨지고도 있다.
십지사상이 마하바스투의 십지에서《대품반야경》의 십지로, 이것이 다시《보살본업경》의 십지를 거쳐《십지경》의 십지로 완성되며, 그것이 유가행자에 의해 보살행으로 실천화되는 것으로 전개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십지사상을 본생십지․반야십지․본업십지․화엄십지․유가행십지로 크게 나누어 보기도 한다.
《화엄경》의〈십지품〉에서는 앞에서 제3회 4회 5회 등에서 살펴본 십주와 십행과 십회향을 통틀어 포섭하는 십지보살행이 시설된다. 이 십지보살행은 화엄이 일승임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이 십지법문은 타화자재천궁에서 이루어진다. 금강장보살이 보살대지혜광명삼매에 들었다가 십지를 설했으니 여기서 지(地)란 지혜의 지이다. 십지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환희지(歡喜地:기쁨에 넘치는 지위)
이구지(離垢地:번뇌의 때를 벗은 지위)
발광지(發光地:지혜의 광명이 나타나는 지위)
염혜지(焰慧地:지혜가 매우 치성한 지위)
난승지(難勝地:진제와 속제를 조화하여 매우 이기기 어려운 지위)
현전지(現前地:지혜로 진여를 나타내는 지위)
원행지(遠行地:광대한 진리의 세계에 이르는 지위)
부동지(不動地:다시 동요하지 않는 지위)
선혜지(善慧地:바른 지혜로 설법하는 지위)
법운지(法雲地:대법우를 비내리는 지위)
(1) 환희지(歡喜地)
환희지는 10가지 원을 성취하며, 보시섭(布施攝)과 보시바라밀로 기쁨에 넘치는 지위이다.
만약 보살이 선근을 깊이 심고 모든 행을 잘 닦고 내지 광대한 지혜를 내면 자비가 앞에 나타나서 범부의 처지를 뛰어나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서 여래의 집에 태어난다. 이때가 환희지에 머무는 때이다.
여래의 집에 태어난다〔生如來家〕는 말씀은《화엄경》에서 여러 번 보인다. 그것은 앞의 초발심주와 이곳 초지, 그리고 제4지에서도 보이고 있다. 이것은 비심(悲心)이 점점 증대됨에 그 차이가 보인다.
보살이 환희지에 머물면 모든 두려움이 다 사라지며 10가지 큰 원을 성취한다. 그 십대원은 일체 부처님께 공양하는 원 불법을 수호하는 원 법륜 굴리기를 청하는 원 모든 바라밀을 수행하는 원 중생을 교화하는 원 세계를 잘 분별하는 원 불토를 청정히 하는 원 항상 보살행을 떠나지 않는 원 보살도를 행하여 이익을 주는 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는 원이다.
이를 청량징관은 공양원(供養願)․수지원(受持願)․전법륜원(轉法輪願)․수행이리원(修行二利願)․성숙중생원(成熟衆生願)․승사원(承事願)․정토원(淨土願)․불리원(不離願)․이익원(利益願)․성정각원(成正覺願)으로 이름하고 있다.
보살이 환희지에 머물러 이렇게 큰 서원을 내니, 만일 중생계가 끝나면 이 원도 끝나려니와 중생계가 다할 수 없으니 이 원의 선근도 다함이 없다고 한다.
《화엄경》의 원으로서는 앞에서 140원, 10회향원을 보았고, 이곳 초지에서 10대원을 만났는데 앞으로〈여래출현품〉에서도 여래성기원이 설해지고 있다. 의상은 이러한 원을 들면서 원에 의해 부처가 된다고 해서 10불 중에 원불을 말씀하고도 있다. 이외에도《사십화엄》에서는 보현보살의 10대행원을 설하고 있다.
이 십대원 중 제7원에서는 '일체 국토가 한 국토에 들어가고 한 국토가 일체 국토에 들어간다'는 상입(相入)으로 체계화되고도 있다.
그런데 특히 제4원이 화엄교학에서 대단히 중시되고 있다. 모든 바라밀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총상(總相)․별상(別相)․동상(同相)․이상(異相)․성상(成相)․괴상(壞相)으로 닦기를 원하는 이 원은 후에 육상원융설로 체계화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제4원의 내용이다.
또 원을 일으키되 일체 보살행이 넓고 크고 한량없어서 무너지지 않고 잡되지 않으며 모든 바라밀을 거두어서 모든 지를 깨끗이 다스리며, 총상․별상․동상․이상․성상․괴상의 있는바 보살행을 다 여실히 설하여 일체를 교화해서 그로 하여금 받아 행하여 마음이 증장을 얻게 하여지이다.
보살이 육상으로 모든 바라밀행을 설해서 중생으로 하여금 닦아 마음이 증장케 하는 원을 일으킨다. 이는 후에 육상원융설로 체계화되면서 화엄교학의 골격이 되고 있다. 육상원융에 대해서는 후에 살펴보기로 한다.
그런데 이 환희지에서는 또 보시섭과 보시바라밀로 기쁨에 넘치는 지위로 되어 있으니, 여기서는 단지 보시바라밀을 중심으로 한 제바라밀을 동상 내지 괴상으로 닦아지이다고 발원한 것을 간단히 살펴보겠다.
화엄보살도는 총상이며, 보시바라밀 내지 지바라밀 각각은 별상이다. 십바라밀의 모든 연이 서로 위배되지 아니하여 보살도의 전체 모습이 되는 것이 동상이며, 보시바라밀 등 각 바라밀이 각기 다른 양상을 띠고 있음은 이상이다. 성상은 모든 바라밀에 의해 보살도의 공용이 이루어지며, 괴상은 보시바라밀은 보시바라밀의 공덕이 있고 내지 지바라밀은 지바라밀의 공덕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육상원융적으로 볼 때 보시바라밀이 곧 화엄보살도이다. 보시바라밀이 없으면 온전한 보살도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보시바라밀이 지계바라밀 내지 지바라밀과 다르며 주(住)․행(行)․향(向)․지(地) 각위에 보시바라밀부터 차제로 닦아가도록 시설되어 있기는 하나, 또 반드시 보시바라밀을 다 닦아 마친 후에 지계바라밀을 닦고 보시와 지계를 다 닦아 마친 후에 다시 인욕바라밀 내지 지바라밀을 닦아가서 보살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십바라밀이 각각 차별하여 하나가 아니면서도 무애원융하다. 보시바라밀이 자기 자리를 움직이지 않고 모든 바라밀을 포섭하여 보살도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원융수행법이 이루어지기에 초발심 때에 정각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처음 발심을 하는 자리인 초발심주에서는 보시바라밀을 치우쳐 닦도록 시설하고 있다. 보시바라밀이 주(主)가 되고 여타바라밀은 반(伴)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초발심주에서 또한 초발심시에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육십화엄》에서는 초발심시변정각이라고 하였다. 이는 보시바라밀로 정각을 이루고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불종성을 이어가게 한다고도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전개되는 모든 보살계위에서의 제바라밀행은 화엄보살도가 그러하듯이 부처님 세계의 갖가지 장엄이라 하겠다.
(2) 이구지(離垢地)
이구지는 십선업도(十善業道)를 행하고 애어섭(愛語攝)과 지계바라밀로 모든 번뇌의 때를 여의는 지위이다. 10가지 깊은 마음을 일으켜 제2지에 들어간다. 즉, 정직한 마음〔正直心〕․부드러운 마
음〔柔軟心〕․참을성 있는 마음〔堪能心〕․조복한 마음〔調伏心〕․고요한 마음〔寂靜心〕․순일하게 선한 마음〔純善心〕․잡되지 않는 마음〔不雜心〕․그리움 없는 마음〔無顧戀心〕․넓은 마음〔廣心〕․큰 마음〔大心〕이다.
이구지보살은 성품이 일체 악업을 멀리 여읜다.
성품이 저절로 일체 살생을 멀리 여의어서, 칼 등의 살생도구를 두지 아니하고, 원한을 품지 아니하고, 일체 중생에게 항상 이익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낸다. 보살은 중생이라는 생각을 내면서 거치른 마음으로 살해하는 일이 없다.
성품이 훔치지 않는다. 보살이 자기의 재산에 만족함을 알고 다른 이에게는 인자하고, 다른 이에게 소속한 물건에는 남의 것이라는 생각을 내어 훔치려는 마음이 없고, 풀잎 하나라도 주지 않는 것은 가지지 않는다.
성품이 사음하지 않는다. 보살이 자기의 아내에 만족함을 알고 다른 처를 구하지 않는다. 다른 이의 처첩이나, 다른 이가 보호하는 여자에게 탐하는 마음도 내지 않는다.
성품이 거짓말하지 않는다. 보살이 항상 진실한 말과 참된 말과 시기에 맞는 말을 하고, 꿈에서라도 거짓말 하려는 마음이 없다.
성품이 이간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보살이 이간하는 마음이 없고 해치려는 마음도 없다. 이간하는 말은 실제거나 실제가 아니거나 말하지 아니한다.
성품이 나쁜 말을 하지 않는다. 이른바 해롭게 하는 말, 거치른 말, 남을 괴롭히는 말, 남을 성내게 하는 말 등은 모두 버린다. 항상 윤택한 말, 부드러운 말, 뜻에 맞는 말, 여러 사람이 기뻐하는 말, 몸과 마음이 희열한 말을 한다.
성품이 번드르한 말을 하지 않는다. 보살은 언제나 잘 생각하고 하는 말, 시기에 맞는 말, 진실한 말, 의로운 말, 법에 맞는 말을 좋아한다. 보살은 웃음거리로라도 항상 생각하고 말한다.
성품이 탐욕부리지 않는다. 보살이 남의 재물이나 다른 이의 생활용품에 탐심을 내지 않고 원하지 않고 구하지 않는다.
성품이 성내지 않는다. 보살이 일체 중생에게 항상 자비한 마음을 낸다.
또 성품에 삿된 소견이 없다. 보살이 바른 길에 머물러서 불․법․승 삼보에 결정한 신심을 낸다.
보살이 이와 같이 10가지 선한 법〔十善業道〕을 행하여 항상 끊임이 없다.
이 보살이 4가지로 거두어 주는 법〔四攝法〕중에서는 사랑스러운 말〔愛語〕이 치우쳐 많고, 십바라밀 중에서는 지계바라밀이 치우쳐 많으니, 다른 것을 행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힘을 따르고 분수를 따를 뿐이다.
소승계와 대승보살계, 또는 사계(事戒)와 이계(理戒)는 차이가 있다. 소승계인 사계는 표업만 범계가 되나 대승보살계는 무표업 또한 범계가 된다. 예를 들면 소승계는 직접 살생을 하지 않으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보살계는 마음으로 생각만 해도 파계가 된다. 그것은 보살은 성품 자체가 살생과는 전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또 보살은 일체 중생이 살생을 하지 않도록까지 해 주어야 살생계를 지키는 것이 된다.
(3) 발광지(發光地)
발광지는 10법, 특히 삼법인을 관하고 이행섭(利行攝)과 인욕바라밀로 지혜의 광명이 나타나는 지위이다.
보살이 제3지에 머물고는 모든 유위법의 실상을 관찰한다. 즉 유위법은 무상하고, 괴롭고, 부정하고, 안온하지 못하고, 파괴하고, 오래 머물지 못하고, 찰나에 났다 없어지고, 과거에 생한 것도 아니고, 미래로 가는 것도 아니고, 현재에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법을 관찰하면 모든 유위법에 대하여 싫어함이 배나 더하여 부처님 지혜로 나아간다. 보살은 이와 같이 여래의 지혜가 한량없이 이익함을 보고, 모든 유위법은 한량없이 걱정되는 줄을 보므로, 일체 중생에게 10가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낸다.
보살이 발광지에 머물면 4선과 4무색정에 머물고 한량없는 신통력을 얻는다. 사섭법 중에는 이행섭이 수승하니, 십바라밀 중에는 인욕바라밀이 수승하니, 다른 것을 닦지 아니함은 아니지만, 힘을 따르고 분수를 따를 뿐이다.
'불교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엄경(華嚴經) 해설(解說)- 제13강 화엄경의 내용-제7회 11품 (0) | 2025.02.15 |
---|---|
화엄경(華嚴經) 해설(解說)- 제12강 화엄경의 내용 -십지보살행 (0) | 2025.02.15 |
화엄경(華嚴經) 해설(解說)- 제10강 화엄경의 내용 -제5회 3품제5회의 주요 내용은 10회향법문이다. (0) | 2025.02.15 |
화엄경(華嚴經) 해설(解說)- 제9강 화엄경의 내용 -십바라밀 (0) | 2025.02.13 |
화엄경(華嚴經) 해설(解說)- 제8강 화엄경의 내용 -제4회 4품 (0) | 2025.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