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華嚴經) 해설(解說)- 제13강 화엄경의 내용-제7회 11품
제7회 11품에서는 십지보살행을 지나 깨달음의 경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화엄경》에 보이는 깨달음은 등각과 묘각을 시설해 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마지막의〈여래출현품〉과 제8회 설법의〈이세간품〉이 묘각의 경계이고 그 이전은 등각의 경계이다. 보살인행을 거쳐 과위로서의 단계를 등각이라고 한다면, 인행에 상대한 과위가 아니라 부처님의 본래의 깨달음의 세계를 묘각이라 한다.
보살이 깨달음을 얻으면 나타나는 경계는 품명에서 그 내용을 대체로 짐작할 수 있다.
27. 십정품
10가지 삼매를 설하고 있다. 삼매에 의해서 보살이 모든 세계에 두루 들어가되 세계에 집착하지 아니하며, 모든 중생계에 두루 들어가되 중생에 취하는 것이 없다.
28. 십통품
타심통이나 누진통과 같은 10가지 신통을 보이고 있다.
29. 십인품
무생인을 비롯하여 10가지 지혜의 경계인 10가지 인(忍)을 말한다. 이 무생법인은 앞에서 제8 부동지보살이 증득한 경계이기도 하다. 제8지에 오르면 불과에 오른 것과 같은 경계로 간주함은 앞에서 본 대로이다. 그러면 무엇이 무생법인인가?〈십인품〉에서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보살이 조그만 법의 남도 보지 않고 사라짐도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지 않으면 사라짐이 없고, 사라짐이 없으면 다함이 없고, 다함이 없으면 때를 여의고, 때를 여의면 차별이 없고, 차별이 없으면 처소가 없고, 처소가 없으면 적정하고, 적정하면 탐욕을 여의고, 탐욕을 여의면 지을 것이 없고, 지을 것이 없으면 원함이 없고, 원함이 없으면 머무를 것이 없고, 머무를 것이 없으면 가고 옴이 없기 때문이다.
남이 없는 법은 불생불멸의 깨달음의 지혜 경계임을 알 수 있다.
30. 아승지품
세존께서 일백낙차라는 수에서 불가설불가설전(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제곱)을 극수로 하는 큰 수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아승지도 그 큰 수의 이름 중에 하나로 나온다.
불보살의 덕용은 광대무변하여 이 큰 수와 같이 크거나, 그보다도 더 크다는 것을 보이고 있다.
31. 여래수량품
심왕보살이 부처님 세계의 수명을 말씀하고 있다. 석가모니불이 계시는 사바세계의 한 겁이 아미타불이 계시는 극락세계에서는 낮하루 밤하루라고 하며 이렇게 수많은 부처님 세계의 수명이 다 다름을 보인다.
이 부처님들의 수명은 그 세계의 근기에 따라서 장단이 자재한 불덕을 나타내 보이는 것이라 하겠다. 이는 시간적으로 일즉다(一卽多)의 상즉(相卽)경계라 할 수 있다.
32. 보살주처품
시방의 보살주처를 말하였다. 예를 들면 동북방에 청량산이 있으니 지금은 문수사리보살이 그의 권속 일만보살과 함께 그 가운데 있으면서 법을 연설한다는 것이다.
이〈보살주처품〉에 보이는 보살과 그 주처는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는 화엄신앙도량을 추정케 하는 경증(經證)이 되고 있다.
33. 불부사의법품
연화장보살이 부처님의 국토 등 부처님 과덕이 불가사의함에 대하여 말씀하였다.
34. 여래십신상해품
여래께서 가지신 32가지의 거룩한 모습 내지 티끌 수만큼 거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5. 여래수호광명공덕품
여래에게 갖추어져 있는 잘생긴 모습을 세존께서 말씀하시고 있다. 여기서는 화엄수행의 특징적인 모습의 하나인 일단일체단(一斷一切斷)의 내용도 담겨 있다. 이 점 또한 화엄교학을 살필 때 언급하겠다.
36. 보현행품
보현보살의 평등한 인행을 말하였다.
화엄에서는 부처님 세계를 중생 앞에 펼쳐 보이는, 인과가 둘이 아닌 인행이며 과행을 보현행으로 대표짓고 있다.
그 동안 살펴온 말씀 중에 보현보살이 설주가 된 교설이 많았는데, 이곳 제7회 11품도 주로 보현보살이 설하고 있다. 이 11품 중에는 다른 모임에서와 달리 세존과 심왕보살과 연화장보살이 설하시는 품도 있다. 그러나 주로 보현보살에 의해 설해지고 있다.
보현보살의 보현은 덕이 법계에 두루 미치어 중생을 이롭게 하는 보편행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보현행품〉에서는 특히 성내는 마음을 배격하고 있다.
불자여, 나는 어떤 법의 허물이라도 보살들이 다른 보살에게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보다 큰 것을 보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만약 보살이 다른 보살에게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면 100만 가지 장애되는 문을 이루게 되는 까닭이다.
보살이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면 100만 가지 장애되는 문을 일으킨다고 하니 일장일체장(一障一切障)의 도리이다. 화내는 것은 대부분 자기자신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이 화냄에 의해서, 따라 일어나는 장애의 첫째로 보리를 보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보살행을 빨리 만족하려면 10가지 법을 부지런히 닦아야 하며, 그래서 청정함을 구족하며, 지혜를 구족하며, 두루 들어감에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두루 들어감에 있어서 "일체 세계가 한 모공에 들어가고 한 모공이 일체 세계에 들어간다", "일체 중생의 몸이 한 몸에 들어가고 한 몸이 일체 몸에 들어간다" 하는 등, 일입일체(一入一切) 일체입일(一切入一)의 상입(相入)세계가 두드러지게 교설되고 있다. 후에 화엄가들은 이 도리에 대해 그 까닭을 밝히는 등 깊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이〈보현행품〉은 다음의〈여래출현품〉과 함께 화엄가들에 의하여 법계연기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전거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이 점도 다음에 살피기로 한다.
37. 여래출현품
〈여래출현품〉은 여래의 과덕을 보이고 있으니,《육십화엄》에서는〈보왕여래성기품〉으로 번역되어 있다. 이는 여래출현, 즉 여래성기의 화엄세계를 드러낸 것이다. 화엄성기사상은 법계연기와 함께 화엄사상의 2대 측면으로 간주되고 있다. 법계연기가 연기의 측면에서 볼 때 화엄세계를 드러내는 대표격인 사상이라면, 화엄성기는 타 종파나 교학과 대비되는 측면에서 화엄을 대표하는 사상이기도 하다. 이는 특히 선과의 교섭에서 선과 화엄의 통로가 되고 있다. 그래서 후에 선과 교를 회통시키는 교선일치나 선교일치를 주창하는 데 있어서 교 전체를 대표하는 사상이기도 하다.
성기(性起)의 의미는 여래출현 출생 생여래가 여래성의 시현, 여래종 등을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경에서는 성기묘덕보살, 즉 문수보살이 여래께서 출현하시는 10가지 상(여래의 출현하는 법․여래의 몸․음성․마음․경계․행․성정각․전법륜․반열반․견문 친근 선근)을 질문하고, 보현보살이 답하고 있다.
(1) 여래출현법
첫째, 여래출현법은 헤아릴 수 없으니 한 가지 인연이 아니라 무량법으로 출현하시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현보살이 거듭 이 뜻을 밝히기 위해 게송을 읊고 있다. 그 중에 우리 불교교단에 널리 회자되고 있는 게송 하나를 보자.
만약 부처경계 알고자 하면 若有欲知佛境界
그 뜻을 맑히기 허공과 같이하며 當淨其意如虛空
망상과 모든 집착 멀리 여의고 遠離妄想及諸取
마음이 향하는 바가 걸림없도록 하라. 令心所向皆無
조선시대 설잠은《화엄석제》에서 이 게송을 선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2) 여래신
여래의 법신 역시 10가지 비유로 교설하고 있다. 그 중 여래법신의 2대 특징으로는 허공과 광명의 비유이다. 허공으로는 여래의 존재양상을 보이고, 광명으로는 법신의 작용과 덕상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것을 성(性)과 기(起)로 보고도 있다. 이 여래신의 모습 중에 다섯번째 생맹(生盲)의 비유는 특히 주목되는 경계이다.
여래의 지혜 해는 날 때부터 신심의 눈이 없는 생맹 중생까지도 이롭게 하여 선근을 길러 성취케 하니, 지혜 햇빛을 보지는 못하더라도 그 이익은 얻는다.
이 말씀은 화엄세계가 다 비로자나법신의 출현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워하는 이들을 깨우쳐 주는 말씀이기도 하다.
(3) 여래의 음성
여래의 음성은 중생들의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환희케 한다는 말씀과 더불어 10종으로 교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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