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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華嚴經) 해설(解說)- 제15강 화엄경의 내용-제9회 입법계품

qhrwk 2025. 2. 17. 07:25

 

화엄경(華嚴經) 해설(解說)-  제15강 화엄경의 내용-제9회 입법계품

제9회 역시 한 품인〈입법계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입법계품〉은《화엄경》의 마지막 품으로서 품수는 39품 중 한 품이지만, 그 분량은 권수(62~80)로나 페이지수(대정장 10, pp. 331~446)로 볼 때 총《화엄경》분량 중 약 4분의 1에 해당되는 방대한 양이다.

〈입법계품〉의 별행경은 다른 대부분의 화엄부 경전보다 일찍 성립된 품이다. 그런데 그 내용은 선재동자의 구법을 통해 전편의 내용이 재현되는 형식이 취해지고 있다. 문수보살에게서 발심한 선재동자가 보살의 가르침대로 선지식을 역참하여 보살도를 배우고, 보현보살의 원과 행을 성취함으로써 법계에 들어간다는 줄거리이다. 선재의 구법 여정이나 선지식의 해탈법문은 화엄의 보살도를 말해 주는 주요 자료가 된다.

〈입법계품〉도 근본법회와 지말법회로 나눌 수 있다. 근본법회에서는 세존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 대장엄중각에서 사자빈신삼매에 드신 후 설법하시는 내용이다. 그 자리에 보현의 행과 원을 성취한 보살과 성문들과 세주와 함께 계시는데 보현보살과 문수사리보살이 우두머리가 되었다.《화엄경》청법대중 가운데 성문들이 보이는 곳은 이 근본법회뿐이다.

지말법회는 그 자리에 있던 문수사리동자가 부처님께 공양올리고는 남쪽으로 인간세계를 향함에서부터 시작된다. 문수보살이 복성의 동쪽 장엄당 사라숲에 머물며 법계를 두루 비추는 수다라를 말씀하니 복성 사람들이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그 중에 선재동자도 함께 있었다.

문수보살은 선재가 어머니 태에 들 때부터 집안에 금은보화가 가득 쌓이기 시작하였으므로 부모와 친척들이 선재라는 이름을 지어줄 만큼 복많은 이였음을 알았다. 또 이 동자가 과거의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며 선근을 많이 심었고 선지식을 항상 친근하였으며 삼업에 허물이 없고 지혜로 불법을 깨달을 수 있는 근기임을 알았다.

문수보살이 이렇게 선재를 관찰하고는 선재와 대중들을 위하여 모든 부처님법을 연설하였다. 선재는 자재한 지혜와 변재로 부처님법을 설하는 문수보살의 법문을 듣고 발심을 하게 된다.

선재는 자신의 모습이 부처님과는 너무나 다른 점을 발견하고 반성을 하였다. 선재가 생각하기를, 자신은 어리석고 교만하며 탐내고 성내는 마음이 많아서 생사 고통의 성 속에 갇혀 있음을 깨닫고 해탈의 문을 찾는 길을 걷기로 결심을 하였다. 그리고 그 길을 가르쳐 주길 문수보살에게 청하였다.

문수보살은 선재가 과거에 심은 선근이 있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켜 보살의 길을 가고자 한다고 칭찬하며, 온갖 지혜를 구족하는 첫째 인연은 선지식을 친근하고 공양하는 것이니, 그 일에 고달픈 생각을 내지 말라고 하였다.

선재동자가 문수보살에게 여쭈었다.

보살은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행을 닦으며, 어떻게 보살행에 나아가며, 어떻게 보살행을 행하며, 어떻게 보살행을 깨끗이 하며, 어떻게 보살행에 들어가며, 어떻게 보살행을 성취하며, 어떻게 보살행을 따라가며, 어떻게 보살행을 생각하며, 어떻게 보살행을 더 넓히며, 어떻게 보현의 행을 빨리 원만케 합니까?

이에 문수보살이 한량없는 부처님을 뵙고 원력을 성취하면 보살행을 구족하게 되며, 모든 세계 모든 겁 동안 보현행을 닦아 행하면 보리도를 성취하리라고 한다. 그러려면 지혜가 있어야 하고, 온갖 지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지식을 찾아가서 법문을 들어야 한다고 하면서 선지식의 여러 방편에 허물을 보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그러고는 남쪽으로 승낙국을 찾아가 묘봉산에 있는 덕운비구를 만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닦으며 내지 보현행을 빨리 원만히 할 수 있는지 묻도록 가르쳐 주었다.

그리하여 선재동자는 문수보살의 가르침에 따라 선지식을 찾아 길을 떠난다. 여기서 선지식을 찾아나서는 선재는 세간의 복이 많은 이로서 선근과 신심이 있었기에 문수보살을 만났고, 강한 의지로 발심하여 해탈도를 구하는 수행자로서의 보살이 되어 선지식을 친견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선재는 덕운비구 선지식을 만나 해탈법문을 들었다. 덕운비구는 모든 부처님의 경계를 생각하여 지혜의 광명으로 두루 보는 법문

〔憶念一切諸佛境界 智慧光明普見法門〕을 얻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덕운비구 선지식은 대보살들의 지혜로 청정하게 수행하는 문이야 어떻게 알겠는가 하며, 남쪽 해문국에 있는 해운비구를 찾아가서 보살행을 물으라고 한다. 해운비구는 광대한 선근을 일으키는 인연을 분별하여 말해 줄 것이라고 하였다.

선재동자는 덕운비구 선지식으로부터 염불(念佛)해탈문을 얻고는 덕운비구의 가르침대로 다시 해운비구를 찾아 길을 떠난다. 이렇게 해서 보현보살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선지식을 친견하여 해탈문을 성취하게 된다. 문수보살로부터 보현보살에 이르기까지 선재가 찾아간 선지식을 우리는 53선지식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선재는 선지식을 54번 만나며, 만난 선지식 수도 54분이다. 그런데 문수보살을 두 번 만나고 한 곳에서는 두 선지식을 함께 만나기 때문에 53선지식이라 일컫고 있다.

이렇게 선재가 역참한 선지식을 보면 우선 보살이 다섯(문수․관음․정취․미륵․보현보살)이다. 그리고 비구 5(덕운․해운․선주․해당․선견비구), 비구니 1(사자빈신비구니), 우바이 4, 장자 9, 거사 2, 천신 1, 여신 10, 천녀 1, 바라문 2, 선인 1, 왕 2, 선생 1, 동자 3, 동녀 2, 뱃사공〔船師〕 1, 외도 1, 유녀(狀女) 1, 싯닫타 태자비 1, 태자모 1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선재가 선지식과 만남으로 해서 도달되는 지위는《화엄경》전편에서 말하는 42계위와 대비시키고 있다. 처음 문수보살은 신위에 해당하며, 덕운비구는 10주초의 초발심주이며 차례로 배대하여 태자비였던 구바녀가 제10지에 배대된다. 그리고 등각에 10분, 미륵보살은 묘각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마지막 제53 보현보살은 전보살도와 불과행위를 총망라하는 자리이다.

법장은《탐현기》에서 문수가 선재로 하여금 여러 곳을 순력하여 선우(善友)를 구하게 한 것에 다음과 같은 8가지 뜻이 있음을 들고 있다.

궤범이 되기 때문이다. 선재는 법을 구하는 묘한 모범을 이루고, 선지식은 법을 설하는 좋은 규범을 보여서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이러한 자취를 모범으로 삼아서 행하게 하는 것이다.

행연(行緣)이 수승하기 때문이다. 범행을 이루는 데는 선지식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견만(見慢)을 타파하기 때문이다. 신학(新學)보살인 선재로 하여금 법을 구하는데 여러 부류의 선지식을 만남으로 해서 스스로의 교만을 깨뜨리게 하기 위해서이다.

세마(細魔)를 여의기 때문이다. 만약 사람에 매여 하나만 고수한다면 후행(後行)이 증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집착하는 허물도 있는 까닭이다.

행(行)을 이루기 때문이다. 선재가 한 법문을 얻어서도 수행할 수 있는데 그렇게 널리 구하는 것은 보살행과 선우의 행과 법을 구하는 행 등을 성취하는 것이다.

지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선지식에 의탁함으로써 신(信) 등의 다섯 가지 지위의 차별된 모습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선재의 지위는 신위의 선지식을 만나면 신위이며, 주에 있으면 주위이니 한 몸으로 오위(五位)를 거친다. 있는 곳에 따라서 곧 그 지위가 일체에 두루하기 때문에 보현의 지위와 같은 것이라고 한다.

불법이 깊고 넓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모든 선지식은 비록 지위가 법운지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나는 오직 이러한 하나의 법문만 알고 있을 뿐이다. 어찌 모든 보살의 한량없는 보살의 경계를 요달하겠는가'라고 하며 다른 선지식을 찾아가 보살도를 배우도록 일러주고 있다. 선재 또한 비록 지위가 등각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어떤 것이 보살행이며 보살도인지 알지 못합니다'라고 하며 선지식에게 보살도를 묻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연기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선재는 선지식과 더불어 하나의 연기를 이루니 능입과 소입이 두 가지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지식 외에 선재가 없으므로 하나가 곧 일체임을 드러내서 선재가 모든 지위를 거침을 밝힌다. 또 선재 외에 선지식이 없으므로 일체가 곧 하나임을 나타내어서 여러 지위가 선재에게서 이루어짐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거둠과 펼침이 자재하며 서로 원융하여 걸림이 없다는 것이다.

이상을 종합해서 그 특기할 만한 점을 화엄의 만수인 10가지만 찾아보려 한다.

(1) 선재가 선지식을 만나 발심할 수 있었던 것은 선근이 있었기 때문이며, 주체적인 자각이 배제될 수 없다.

선재가 문수보살을 만났을 때 그 자리에는 복성에 사는 수많은 우바새․우바이, 동남․동녀들이 있었다. 그러나 선재가 가장 선근이 깊었기에 문수보살이 부처님 세계를 말씀하실 때 당시의 자신의 모습이 부처님과 너무나 다름을 느끼고 참회를 하며 부처님을 닮고자 발원하였던 것이다.

(2) 선지식들의 해탈법문은 그들의 이름, 처소, 신분 등과 밀접하게 연계됨을 발견할 수 있다.

(3) 총 54분의 선지식 가운데 여성이 21분(비구니, 우바이, 여신, 천녀, 동녀, 유녀, 태자비, 태자모)이나 되는 것이다. 이는 비남비녀(非男非女) 역남역녀(亦男亦女)라 할 수 있는 보살은 여성 선지식에 넣지 않은 숫자이다.

그리고 십지 계위는 모두 여성 선지식에 해당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십지는《화엄경》에서 화엄보살도를 총괄하며 화엄의 일승보살도를 대표하는 계위이다. 그 자리는 특히 비심(悲心)이 증대된 자리이다. 따라서 여성이라는 특징적인 모습을 통해 화엄의 일승보살도를 보여 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같이 화엄세계에서는 숫자적으로나 해탈경계로나 남녀의 차별적인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으며, 여성에게 자비․청정․수순중생의 덕이 수승하며, 생불(生佛)하는 특징적인 장점까지 있음을 오히려 부각시키고 있다. 그것은《화엄경》에서의 여성 선지식은 여래의 행덕을 드러내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4) 선재가 선지식과 만남으로 해서 도달되는 지위는《화엄경》전편에서 말하는 화엄보살도의 계위인 42계위와 그 속에서 수행하는 10바라밀에 차례로 배대되어 있다.

처음 문수보살은 신위에 해당하며, 덕운비구는 10주초의 초발심주이며, 차례로 배대하여 태자비였던 구바녀가 제10지에 배대된다. 그리고 등각에 10분, 미륵보살은 묘각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마지막 제53 보현보살은 전보살도와 불과행위를 총망라하는 자리이다.

(5) 이들 선지식의 계위는 법계로 향해가는 점차적인 단계가 아니라 일위일체위이다. 선재는 각 선지식에게서 모두 해탈문을 증득하며 선지식은 일위일체위의 일승보살 계위를 다양한 방편으로 교설하고 있는 것이다. 문수보살로부터 보현보살에 이르기까지 보살의 수행계위를 두루 지나는 선재의 지위는 일체에 두루하기 때문에 보현의 지위와 같다.

(6) 인과불이의 보살도를 보여 준다. 그것은 선재가 문수․미륵․보현보살을 만나는 여정에서 특히 더 보여 주고 있다.

선재동자가 비로자나장엄장 대누각에서 미륵보살을 만나 미륵보살로부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킨 것을 칭찬받고 보리심 공덕에 대한 설법을 들었다. 그리고 미륵보살이 누각에 나아가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니 문이 열렸다. 그리하여 누각의 갖가지 장엄과 불가사의한 자재로운 경계를 보고 해탈문에 들어갔다.

그런데 미륵보살이 다시 손가락 튕기는 소리를 듣고 삼매에서 일어나니 누각의 장엄이 다 사라졌다. 그리하여 미륵보살이 다시 문수보살에게 가서 보살행을 배우도록 권하는 것이다.

그때 선재동자는 미륵보살이 가르쳐준 대로 110성을 지나서 보문국의 소마나성에 이르러 문수보살을 뵙기를 희망하였다. 이때 문수보살이 멀리서 오른손을 펴 110유순을 지나와서 선재동자의 정수리를 만지며 말씀하였다.

"선재동자가 만약 신근(信根)을 여의었다면 조그만 공덕에 만족하고 행원을 일으키지 못하며, 선지식의 거두어 주고 보호함도 받지 못하며, 여래의 생각하심도 되지 못했을 것이며, 내지 두루 증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선재를 칭찬하였다. 그러고는 선재로 하여금 보현행원을 성취할 결심을 굳히게 하였다.

그리하여 선재가 일심으로 보현보살을 만나려고 정진하여 드디어 보현보살을 만나서 보현의 자유로운 신통을 보게 되었다. 그때에 선재동자는 보현의 행과 원의 바다를 믿어서 보현보살과 평등하고 내지 부처님의 해탈자재도 모두 평등하였다.

그때 보현보살이 부처님의 공덕바다가 한량없음을 게송으로 말씀하였다.

세계 티끌 수 같은 마음 헤아려 알고 刹塵心念可數知

큰 바다 물을 마셔 다하고 大海中水可飮盡

허공을 측량하고 바람맬 수 있으나 虛空可量風可繫

부처님의 공덕은 말로 다할 수 없도다. 無能盡說佛功德

이 게송 또한 기도시 항상 하는 염불문으로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게송이다.

이처럼 선재는 처음 문수보살에게서 시작하여, 미륵보살에게서 불과에 들고 다시 문수를 만나 보현행원에 머무르는 것으로 일단 그 여정이 끝난다. 따라서 이는 인과 과가 둘이 아닌 경계를 드러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7) 선재 역시 초발심에 해탈하여 법계에 들었으며〔入法界〕계속해서 선지식들을 만나 무수한 해탈문을 증득함으로써 펼쳐 보이는 중중무진한 화엄일승보살도는 불세계를 장엄하는 행이다.

(8) 선재나 선지식 모두 여래출현의 존재이다.

(9) 이외에도 무진법계연기나 화엄성기 등, 후에 체계화된 화엄사상이나 수증법이 이들 선지식의 해탈경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즉, 해인삼매, 일중다․다중일, 일즉다․다즉일, 동체․이체의 상즉․상입, 일엄․일체엄의 보엄․보문, 일단일체단․일성일체성, 융삼세간불의 화엄경계가 선재가 여성 선지식들을 만나는 여정에서 적나라하게 교설되고 드러나 있는 것이다.

(10) 이러한 모든 선지식의 해탈경계와 보살도는 보현보살의 행과 원에 포섭되며 10대원으로 대표된다. 이 보현보살의 10종 대원은《사십화엄》의〈보현행원품〉에만 나타나는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