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시급한 일인가
내가 세계는 영원하다고 말했기 때문에 너는 나를 따라 수행을 해왔느냐
부처님이 슈라바스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였다.
말룽캬 비구는 홀로 조용한 곳에 앉아 이런 생각을했다.
'세계는 영원한 것인가 유한한 것인가,
생명이 곧 육체인가 아닌가.여래는 최후가 있는가 없는가.
이런 말을 전혀 하지 않는 부처님의 태도가 못마땅하다.오늘은 찾아가 한번 따져보리라.
세계가 영원한 것이 아니라면 그를 비난해 주고 떠나리라.'
해가 질 무렵 말룽캬는 부처님을 찾아갔다.
아까 혼자서 속으로 생각한 일들을 대강 말씀드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부처님께서는 저의 이러한 생각 자체에 대해서도 진실한 것인지 허망한 것인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은 물으셨다.
"말룽캬여, 내가 전에 세계는 영원하다고 말했기 때문에 너는 나를 따라 수행을 해왔느냐?"
"아닙니다."
"그 밖에 의문에 대해서도 내가 전에 이것은 진실하고 다른 것은 허망하다고 말했기 때문에 나를 따라
수행을 해왔느냐?"
"아닙니다."
"너는 참 어리석구나,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일찍이 너에게 말한 일이 없고 너도 내게 말한
일이 없는데. 너는 어째서 부질없는 생각으로 나를 비난하려 하느냐?"
말룽캬는 할 말이 없었지만 의문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부처님은 여러 비구들을 향해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독 묻은 화살을 맞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받고 있을 때 그 가족들은 곧 의사를 부르려고 했다.
그런데 그는 '아직 이 화살을 뽑아서는 안 되오. 나는 먼저 나를 쏜 사람이 누군지, 성은 뭐고 이름은 뭐라고
하며 어떤 신분인지를 알아야겠소. 그리고 그 활을 뽕나무로 만들었는지 물푸레나무로 만들었는지를 알아야겠소,
또 화살 깃이 매털로 이루어졌는지 닭털로 이루어 졌는지도 먼저 알아야겠소."
이와 같이 따지려고 든다면 그는 그것을 알기도 전에 온몸에 독이 번져 죽고 말 것이다.
세계가 영원하다거나 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도 생로병사와 근심 걱정는 있다.나는 세계가
무한하다거나 유한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왜냐하면 그것은 이치와 법에 맞지 않으며,
수행이 아니어서 지혜와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니고 열반의 길도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괴로움과 그 원인과 그것의 소멸과 괴로움을 소멸하는 길이다.
너희들도 이렇게 알고 배워야 한다."이 말을 듣고 말룽캬의 모든 의문은 풀렸다.
<중아함 전유경 箭喩經>
불타 석가모니는 내세적인 것이나 형이상학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몰라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현실 생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같은 시대 인도에는 육파철학이 성행해, 불필요한 논쟁을 일삼았던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항상 덧없는 불길이 온 세상을 불사르고 있음을 생각하고 어서 자신을 구제하라.부디 깨어 있거라.
모든 번뇌의 도둑이 침범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데 어찌 깊은 잠에 빠질 수 있겠느냐.
번뇌가 네 마음속에 깃들여 있는 것은 마치 검은 독사가 너의 방안에서 자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계율과 선정의 갈퀴로써 빨리 몰아내야 한다.독사가 나간 후에라야 마음놓고 편히
잠들수 있으리라. 자지 말고 깨어 있거라.
<사십이장경>
과거를 따라가지 말고미래를 기대하지 말고한번 지나가버린 것은 버려진 것
또한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이러저러한 현재의 일을이모저모로 자세히 살펴흔들리거나 움직임 없이
그것을 잘 알고 익히라
오늘 할 일을 부지런히 행하라 누가 내일의 죽음을 알 수 있으랴
진실로 저 염라왕의 무리들과 싸움이 없는 날 없거늘 밤낮으로 게으름을 모르고
이같이 부지런히 정진하는 사람 그를 일러 참으로 밤의 현자 고요한 분 성자라 한다.
지나가버린 것을 슬퍼하지 않고오지 않은 것을 동경하지 않으며현재에 충실히 살고 있을 때
그 안색은 생기에 넘쳐 맑아진다
오지 않은 것을 탐내어 구하고지나간 과거사를 슬퍼할 때어리석은 사람은 그 때문에
꺾인 갈대처럼 시든다.
<중부 대가전연 일야현자경 中部 大迦旃延 一夜賢者經>
한번 가 버린 과거사나 아직 오지도 않은 불확실한 미래를 두고 걱정 근심을 앞당기지 말라는 것.
그저 그때 그때의 현실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말씀이다.
그때란 바로 지금이지 딴 시절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것은 '지금 여기서 이렇게 '산다.
선禪은 현재를 최대한으로 사는 가르침이다.
순수한 집중과 몰입으로 자기 자신을 마음껏 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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