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눈 고장에서 - 청빈의 향기♣ 겨울 산에서는 설화雪花가 볼 만하다. 바람기 없이 소복소복내린 눈이, 빈 가지만 남은 나무에 쌓여 황홀한 눈꽃을 피운다. 눈이 아니라도 안개가 피어오른 자리에는 차가운 기온 때문에 가지마다 그대로 얼어붙어 환상적인 눈꽃을 피운다. 마치 은은한 달빛에 만발한 벚꽃을 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잎이 져버린 빈 가지에 생겨난 설화를 보고 있으면 텅 빈 충만감이 차오른다. 아무것도 지닌 것이 없는 빈 가지이기에 거기 아름다운 눈꽃이 피어난 것이다. 잎이 달린 상록수에서 그런 아름다움은 찾아보기 어렵다. 거기에는 이미 매달려 있는 것들이 있어 더 보탤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내 도반인 그는 맑음을 만들어내면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다. 그의 생활 공간인 방에 들어가보면,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