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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2.산에는 꽃이 피네 - 꽃처럼 피어나게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2.산에는 꽃이 피네 - 꽃처럼 피어나게 ♣ 2.산에는 꽃이 피네 - 꽃처럼 피어나게♣ 요즘 내가 사는 곳에는 돌배나무와 산자두가 활짝 문을 열어 환한 꽃을 피워내고 있다. 그리고 바위 끝 벼랑에 진달래가 뒤늦게 피어나 산의 정기를 훨훨 뿜어내고 있다. 돌배나무는 가시가 돋쳐 볼품없고 쓸모 없는 나무인 줄 알았는데 온몸에 하얀 꽃을 피우는 걸 보고 그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 산자두 역시 해묵은 둥치로 한겨울의 폭설에 꺾이고 비바람에 찢겨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었는데, 가지마다 향기로운 꽃을 달고 있는 걸 보고 나서야 가까이서 그 둥치를 쓰다듬고 자주 눈길을 보내게 됐다. 진달래는 산자락보다 벼랑 위에 피어 있는 것이 아슬아슬한 바위와 조화를 이루어 훨씬 곱다. 벼랑 위에..

무소유(법정) 2022.02.27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2.산에는 꽃이 피네 - 정직과 청빈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2.산에는 꽃이 피네 - 정직과 청빈 ♣ 2.산에는 꽃이 피네 - 정직과 청빈♣ 며칠 전에 남도를 한 바퀴 돌아왔다. 가는 데마다 꽃이 만발이었다. 산자락이나 언덕 위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는 보잘것없는 집들이지만, 그 주위에 청청한 대숲이 있고 대숲머리에 살구꽃과 복숭아꽃이 환하게 피어 있는 걸 보고 결코 가난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지리산의 칠불사 운상선원雲上禪院은 둘레에 부속 건물이 없이 선원만 한 채 덩그러니 세워져 있어 산뜻하고 그윽했다. 선원 뜰가에 그 줄기가 두 아름이 넘는 낙락장송이 한 그루 서 있는데, 어찌나 훤칠하고 당당하게 보이던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거치적거리는 것을 훨훨 벗어 버리고 알몸으로 대지에 우뚝 선 그 소나무의 기상이,영원처럼 솟아 있는 앞산의 ..

무소유(법정) 2022.02.27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1. 눈 고장에서 - 봄나물 장에서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1. 눈 고장에서 - 봄나물 장에서 ♣ 1. 눈 고장에서 - 봄나물 장에서♣ 연일 바람이 분다. 까슬까슬한 바람이 살갗을 뚫고 뼛속에까지 스며드는 것 같다, 3월에 들어서면서 불기 시작한 이 바람은 4월이 다 가야 수그러든다고 이 고장 사람들은 말한다. 산자락을 굽이굽이 휘감아 불어오는 남도의 부드러운 그런 봄바람이 아니라, 아직도 응달에 남아 있는 눈과 골짝에 얼어붙어있는 얼음을 훑어서 휘몰아치는 바람이기 때문에 그 결이 거칠고 서슬이 서 있다. 그리고 갑자기 허공에서 골짜기로 내리꽂히듯 불어오기 때문에 그 향방을 종잡을 수가 없다. 이런 날 군불을 지피게 되면 아주 애를 먹는다. 불이 들이다가도 갑자기 아궁이 밖으로 연기와 불꽃이 솟아 나오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

무소유(법정) 2022.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