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30 30

은촉의 가을 빛 그림 병풍에 차갑고

※ 청대(淸代) 화가 호공수(胡公壽)의 成面. 화제(畵題)로 "扁舟一櫂歸何處 家在江南黃葉村"를 올려 놓고 있다. 은촉의 가을 빛 그림 병풍에 차갑고 銀燭秋光冷畵屛은촉추광냉화병은촉의 가을 빛 그림 병풍에 차갑고輕羅小扇撲流螢 경라소선박유형작은 비단부채로 반딧불을 잡는다.天階夜色凉如水천계야색량여수궁중의 돌계단에 밤은 물처럼 서늘한데坐看牽牛織女星좌간견우직녀성앉은 채 하늘의 별빛만 바라보고 있구나. 당나라 말기 두목(杜牧:803~852)은 불우한 시인이었다. 그의 시에는 한을 품고 읊은시들이 많다. 자신의 쓸쓸한 처지를 남의 이야기로 말해 놓은 시들도 있다.이상은(李商隱)과 더불어 작은 이두(李杜:이백과 두보)라 일컬어지기도 했지만 그는 그의 시를 남이 크게 알아주지 않는 것이 매우 서운하였다.출사하여 중서사인 ..

흘러간 세월도 청산에 뜬 먼지인가

흘러간 세월도 청산에 뜬 먼지인가伽藍却是新羅舊가람각시신라구절은 본래 신라의 옛 절千佛皆從西竺來천불개종서축래천불은 모두 서축에서 왔다네.終古神人迷大隗종고신인미대외옛적에 신인이 대외(도인)를 찾다 길을 잃었으니至今福地似天台지금복지사천태지금은 복된 땅 천태산과 같아라.春陰欲雨鳥相語춘음욕우조상어봄날은 흐려 비가 오려나, 새들이 지저귀고老樹無情風自哀노수무정풍자애늙은 나무 무정한데 바람은 절로 슬퍼구나.萬事不堪供一笑만사불감공일소만사는 한 번의 웃음거리도 못되니靑山閱世只浮埃청산열세지부애흘러간 세월도 청산에 뜬 먼지인가.개성 송악산에 복령사라는 절이 있었다.이 시는 복령사라는 제목으로 쓰진 박은(朴誾:1479~1504)의 시이다.박은은 조선조 연산군 때의 시인이다.어려서부터 천재적 재능이 있어 4살 때 책을 읽고 15..

내 몸이 그림 속에 있는 줄 미처 몰랐네

※ 명대(明代) 화가 문징명(文徵明)의 선면(扇面) 내 몸이 그림 속에 있는 줄 미처 몰랐네 秋雲漠漠四山空추운막막사산공가을 구름 아득히 사방의 산위에 떠 있고落葉無聲滿地紅낙엽무성만지홍붉은 낙엽 소리 없이 땅에 가득 쌓였구나.立馬溪橋問歸路입마계교문귀로계곡의 다리 위에 말 세우고 길을 물으니不知身在畵圖中부지신재화도중내 몸이 그림 속에 있는 줄 미처 몰랐네.이야기 보따리밀을 타고 산길을 가던 나그네가 가을의 풍경을 읊은 시이다.온 땅에 붉은 낙엽이 쌓였는데 다리 위에서 길을 묻고 있는 자신이 그림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풍경에 도취된 나그네가 아름다운 경치 속에 있는 자신을 그림 속의 인물로느낀 것이 이 시의 멋을 더해 주고 있다. 이 시는 고려말에서 조선조 초의 정치가요 문인 학자로 활동했던 삼봉..

비단 구름 흐르면서 천태만상 뽐내는데

비단 구름 흐르면서 천태만상 뽐내는데비단 구름 흐르면서 천태만상 뽐내는데 그립고 그리운 사연, 별에 실어 전하고자 멀고 먼 은하수를 몰래 건너 왔소이다.금봉옥로 칠석 날 한 번 만나는 것이 인간의 수많은 만남을 무색하게 하는구나.부드러운 그 정은 물과도 같고 아름다운 기약, 만남의 이 시각은 꿈과도 같은데 오작교에서 또 헤어지다니 이별은 차마 보지 못하겠네.만약 두 사람의 정이 영원히 변하지만 않는다면 어찌 조석으로 같이 있기만을 바라리오. 織雲弄巧 飛星傳恨 銀漢迢迢 暗度 金鳳玉露一相逢 便胜却人間無數柔情似水 佳期如夢 忍顧鵲橋歸路 兩情若是長久時 又豈在朝朝暮暮* 위의 시는 송(宋)나라 때의 시인 진관(秦觀:1049~1100)의 작교선 (鵲橋仙)이란 시를번역해 본 것이다. 진 관은 회해(淮海)라는 ..

칠 석 (七夕)

칠 석 (七夕)天上雙星會천상쌍성회하늘에서는 두 별이 만나는데人間一葉瓢인간일엽표이 내 몸은 물 위에 떠도는 표주박 신세年年銀河渚년년은하저해마다 은하수 언저리에선烏鵲自成橋 오작자성교까치가 다리를 놓아 주는데... 혹서가 계속되는 금년 여름은 유난히 더운 것 같다.말복이 지나고 칠석이 되었는데도 한 풀 꺾일 듯한 더위가 연일 찜통더위다. 산중도 덥기는 마찬가지다. 칠석이라 칠석시 한 편을 찾아내었다.읽어보니 너무 외로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이지만 견우와 직녀의 만남같은 진정한 만남을 희구하는 간절한 염원이 들어있는 것 같기도 하다. 조선조 경종 때의 문인 성덕문(成德文:생몰연대미상)의 시이다. 사람은 누구나 만남을 원하고 사는 존재인 것 같다. 인연을 기다리며 사는자체가 언제 어디서 하는 시공 속..

소나무를 바라보며

※ 근현대 중국화가 주매촌(朱梅邨)의 소나무를 바라보며海風吹去悲聲바닷바람 불어오니 솔바람 소리 비장하고山月孤來瘦影疎산에 뜬 달 비치니 솔 그림자 수척하네賴有直根泉下到허나 곧은 뿌리 땅 속 깊이 뻗어 있어雪霜標格未全除눈서리도 그 풍도를 다 지우지는 못하네- 김정(金淨, 1486~1521) 「길옆의 소나무[路傍松『대동시선(大東詩選)』- 이 시는 기묘사화로 김정이 제주도로 유배를 가는 도중 해남의 어느 바닷가에 있는소나무를 보고 지었다 한다. 시 전체가 자신을 노래하고 있는데 실제 그가 본 소나무의모습도 꼭 이럴 것만 같다. 겨울철 거센 해풍에 의연한 소나무의 모습과 뜻을 품었지만큰 세파에 휩쓸리고 있는 저자의 상황이 겹쳐있다.역경 속에서 품위를 잃지 않는 정신이 돋보인다. 『대동야승』의 「김정전(金淨傳)」..

蒼松生道傍 푸른 소나무 길 옆에서 자라니

※ 청말근대 화가 왕곤(汪琨)의 성면(成面) (1933年作) 23세 때 정도전이 쓴 시1364년 여름 전교 주부(典校注簿)로 개경에 있을 때 지은 시이다.蒼松生道傍 푸른 소나무 길 옆에서 자라니 未免斤斧傷자귀와 도끼질을 면할 길이 없네 尙將堅貞質그러나 굳고 곧은 자질을 지녀 助此爝火光횃불이 타는 것을 도와주네 安得無恙在어떻게 하면 아무런 재앙 없이直爝凌雲長곧은 줄기 하늘 높이 솟아올라時來竪廊廟때가 와서 큰 집을 지을 때屹立充棟樑우뚝이 대들보 재목으로 쓰일 건가夫誰知此意어느 누가 이러한 뜻을 알아移種最高岡가장 높은 언덕에 옮겨 심어 줄는지 「고의(古意)」,『삼봉집(三峰集)』 같은 제목 아래 거문고로 자신을 의인화한 시가 또 한 편 있는데 “지금 백아는 어디 있는가. 온 누리에 지음이 없구나.[..

「소나무를 심으며[種松]」

※ 청말근대 화가 오징(吳徵)의 扇面 (1945年作)퇴계 이황은 50세 무렵에 한서암(寒栖庵)을 짓고 거기에 대나무, 소나무,매화, 국화, 오이를 심고 시를 한 수씩 지었는데 소나무를 심고지은 시가 이렇다.樵夫賤如蓬나무꾼은 쑥처럼 천하게 보지만山翁惜如桂산 늙은이는 계수나무처럼 아낀다네待得昂靑霄푸른 하늘 높이 솟아오를 때까지風霜幾昂靑霄풍상을 몇 번이나 겪어야 할 것인가 「소나무를 심으며[種松]」,『퇴계집(退溪集)』 소나무에서 시련과 극복을 보고 있지만 자못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사람의 성장을 염두에 둔 우의적 발상이다. 도연명도 저 유명한 『귀거래사』에서 “날은 어둑어둑 곧 해가 지려 하는데,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거리네.[景翳翳以將入, 撫孤松而盤桓.]”라고 하였고 소동..

정자 높고 그늘은 시원하여

※ 근현대 중국화가 오금목(吳琴木)의 성선(成扇) (1944年作)충청도 병마절도사를지낸 조숙기(曺淑沂)가 청허정(淸虛亭)이란 정자를 짓고 누정기를 요청해 오자성현(成俔)이 기문을 지어 주었다. “나는 들으니, 조후(曺侯) 는 마음을 맑게 하여 자신에게 임하고 마음을 비워 남을 대하며, 그 맑고 빈 마음으로 정무를 보기 때문에 외물의 누가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한다고 한다. 군무(軍務)를 보는 여가에 이 정자에 올라가면 소나무의 그늘이 땅에 가득 펼쳐져 있고시원한 바람이 절로 일어나, 한적하기가 마치 산림에 은거해 있는 사람의 거처로 들어가는것과 같아 시끄러운 세속의 잡사를 잊을 수 있다.” 이어 시를 붙여 주었다.亭高地爽정자 높고 그늘은 시원하여 不怕景炎삼복염천도 걱정이 안 되네侯臥坦腹조후가 배를 드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