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칙, 구지수지(俱肢竪指) -손가락을 세우다
구지선사는 누가 무엇을 물어 보든지 오직 손가락 하나만을 들어 보였다.
어느 날 외부 사람이 와서 선사의 제자인 한 동자에게 물었다.
“스승께서 어떤 법을 중요시하여 설하던가?”
동자 역시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후에 구지 선사가 이 말을 듣고 급기야 칼로 동자의 손가락을 잘랐다.
동자가 아파 통곡하며 달아나는데 구지 선사가 동자를 불렀다.
동자가 머리를 돌린 순간 구지 선사가 말없이 손가락을 번쩍 들어 보이니 동자가 곧 깨우쳤다.
구지 선사가 세상을 떠나려 할 때 대중에게 말하였다.
“나는 천룡의 한 손가락 끝 선(禪)을 배워 일평생 쓰고도 남았느니라.”
그리고는 열반하였다.
[평창]
구지와 동자의 깨달음은 손가락 끝에 있지 않다.
만약 이 속을 향하여 보아 얻으면 천룡과 구지와 동자와 자신을 한 꼬치에 꿰리라.
[게송]
구지는 천룡을 망신시키네
예리한 칼로 동자를 시험하니
거령신이 제 손 들기 무슨 힘이 들던가
단번에 천만 겹의 화산을 쪼개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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