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부

[무문관] 제23칙 불사선악(不思善惡) - 선도 악도 생각하지 말라

qhrwk 2023. 12. 21. 07:52

 

제23칙 불사선악(不思善惡) - 선도 악도 생각하지 말라

육조 혜능선사가 명 상좌에게 쫓겨 대유령에 이르러 명 상좌가 뒤쫓아오자 

곧 의발을 바위 위에 던지고 말하였다.
“이 의발은 믿음을 표하는 것인데 힘으로 빼앗을 것인가? 

그대가 가져가려면 가져가라.”

명 상좌가 들려고 하였으나 산같이 움직이지 않자 깜짝 놀라 벌벌 떨면서 말하였다.
“나는 법을 구하려고 온 것이지 의발 때문에 온 것이 아니니 원컨대 

행자께서는 가르쳐 주소서.”

육조 혜능선사가 말하였다.
“선도 생각지 않고 악도 생각지 않아 이러할 때 어떤 것이 명 상좌의 본래면목인가?”

명상좌가 크게 깨닫고 전신에 땀을 쏟고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위의 비밀한 말, 비밀한 뜻 외에 다른 뜻이 있습니까?”

육조 혜능선사가 말하였다.
“내가 지금 그대를 위하여 설한 것은 비밀한 것이 아니다. 

그대가 만약 자기의 면목을 돌이켜 보았다면 비밀하다는 것이 곧 

그대에게 있느니라.”

명상좌가 말하였다.
“내가 오조의 회하에서 대중으로 따랐으나 실은 나의 면목을 보지 못했는데 

이제 가르침을 받아 깨우치니 사람이 물을 마시고 나서 차고 더운 것을 스스로 

아는 것과 같습니다. 

행자께서는 나의 스승이십니다.”

육조 혜능선사가 말하였다.
“그대가 진정 이렇다면 나와 함께 오조 황매선사를 스승으로 섬길지니 

스스로 잘 보호해 가지라.”

[평창]
육조의 이 일은 몰려서 한 일이고, 지나친 노파심의 결과이다. 

이를테면 리즈 과일의 껍질을 벗기고 씨를 발라내어 입에 넣어 주어 

다만 삼키게만 한 것과 같구나.

[송]
본 뜰 수 없고 그림 그릴 수 없고
찬탄도 미칠 수 없으니 낳고 받음 관두시게
본래면목은 감출 수도 없어서
우주가 무너져도 그것은 썩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