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이주자우만양미(離朱子羽謾揚眉)

qhrwk 2024. 10. 17. 07:23

※ 명대(明代) 화가 상희(商喜)의 <공자사도조상(孔子師徒造像)>

이주자우만양미(離朱子羽謾揚眉)

溪山相似路人疑 衆目詳觀固易知
厚貌深情懷險阻 離朱子羽?揚眉
(계산상사로인의 중목상관고역지
후모심정회험조 이주자우만양미)

봉우리마다 엇비슷해 사람들은 길을 의심하고
여러 사람이 자세히 살펴봐야 쉽게 알게 되지
겉과 속이 같지 않음은 풍파를 겪어서인데
이주와 자우는 공연히 눈썹을 치켜세우네


☞ 무명씨(無名氏), <구의산(九疑山)>

- 九疑山: 호남(湖南)성 영원(寧遠)현 남쪽에 있는 산. 창오산(蒼梧山)으로도 불린다.
아홉 개의 봉우리가 모두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보는 사람이 헷갈린다 하여
九疑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 厚貌深情: 외모는 믿음직하나 속마음은 알 수 없음.
- 險阻: 사람이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어려운 사정. 지세(地勢)가 높고 가파르며
 험하여 막히고 끊어져 있음.

- 離朱: 황제(黃帝)시대 사람으로 이루(離婁) 또는 이주(離珠)로도 쓴다. 눈이 밝아 백보
밖의 털끝(秋毫之末)도 분간했다고 한다.

- 子羽: 춘추시대 공자의 제자였던 담대멸명(澹臺滅明). 子羽는 그의 자(字). 얼굴이 아주 
못생겼으나 행실과 덕은 남달랐다. 공자가 처음 그를 보고 보잘 것 없는 인물로 여겼다.
"내가 말로 사람을 평가했다가 재여(宰予)에게 실망했고, 외모로 사람을 판단했다가 
子羽에게 실수했노라"(吾以言取人 失之宰予, 以貌取人 失之子羽)고 했던 인물이다.
앞서 나오는 宰予 역시 수많은 공자의 제자 가운데 돋보이는 인물이었다. 특히 언변이
뛰어나고 지혜가 많았다.

공자 문하의 출중한 10명의 제자를 뜻하는 `공문십철`(孔門十哲)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여러 인물들 속에 섞여 재여(宰予)와 자우(子羽)가 공자에게 배우겠다고
찾아왔을 때 공자는 여느 사람들이 그러하듯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 그들을 평가했다.
宰予는 말솜씨(言辭)가 우아하고 화려해 훌륭한 인물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子羽는 용모(容貌)가 아주 초라해 재능과 덕 또한 신통치 않을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했다.

그러나 겪어보니 실상은 딴판이었다. 천하의 공자가 이러했을 정도이니 우리네 범부·
필부는 어떠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와
자세 아닐까. 우리가 진정 공자에게서 배워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이라고 생각한다.

※ 작가미상의 옛 중국화 <공자여칠십이문도(孔子與七十二門徒)> 手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