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瀟湘夜雨 [소상야우] 소상강의 밤비 - 李仁老[이인로]

qhrwk 2024. 10. 17. 07:19

 

 

- 瀟湘夜雨 [소상야우] 소상강의 밤비 - 李仁老[이인로]

一帶滄波兩岸秋
일대창파양안추
한 줄기 푸른 물결, 양켠 언덕 가을인데 
              
風吹細雨灑歸舟
풍취세우쇄귀주
바람 불자 보슬비 가는 배에 흩뿌리네

夜來泊近江邊竹
야래박근강변죽
밤 되어 강변의 대 숲 가까이 배를 대니

葉葉寒聲摠是愁
엽엽한성총시수
잎 새마다 차가운 소리 모두 다 근심일세.

이 詩는 그림을 보고 詩를 지어서 붙인 측기식 칠언절구 題畵詩(제화시)이다.
고려 무인정권시절 이규보와 함께 고려 문단을 대표하던 시인 이인로가
宋迪八景圖(송적팔경도)라는 그림에 붙인 여덟 편의 연작시중 하나이다.

가을 추秋, 배 주舟, 시름 수愁가 평성인 더욱 우尤에 속해
시의 운은 더욱 우尤,

이 시의 아쉬움은 3구..3구의 구성을 보면
밤 야夜/측성, 올 래來/평성, 배댈 박泊/측성, 가까울 근近/측성,
큰내 강江/평성, 가 변邊/평성, 대 죽竹/측성,
'측평측측평평측' 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평성인 올 래來가 측성인 夜와 近사이에 끼어 있어 고평을 범했다.
측성인 밤 야夜 대신 평성인 밤 소宵를 넣었더라면 '평평측측평평측' 이 되어 좋았을 것을..
각설하고.
송나라 화가 宋迪(송적)이 그린 팔경도는 바로 瀟湘八景圖(소상팔경도)이다.
소상팔경은 중국 호남성 남쪽 瀟水(소수)와 湘水(상수)가 만나는
상강일대의 여덟 가지 아름다운 풍광을 말한다.

이인로의 詩를 읽노라면 그림의 내용이 머릿속에 다가온다.
한줄기 맑고 파란 강물이 흐르는 강의 양쪽 언덕은 붉은 단풍으로 물들어있다.
그때 부슬부슬 내리는 가랑비가 돌아가는 배에 뿌려지고 있다. 밤이 들자
강가 대나무 숲가에 배를 정박시켰다. 여기까지는 단순히 그림의 내용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詩의 마지막 구절에 있다.
즉 그림에는 강안에 정박한 배와 대나무가 있지만 아무런 소리나 느낌은 없다.
그림에서 말하지 못한 밤비에 흔들리는 차가운 댓잎소리를 듣게 한 것이다.
이 소리가 있어 더욱 아름답고 운치가 있는 詩가 되었다.
아름다운 소상강의 풍광, 바람소리, 빗소리, 한숨소리가 어울려 있다.
나그네가 밤새도록 비바람에 서걱거리며 부딪치는 댓잎 소리에 서글프고(葉葉寒聲摠是愁)
추워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 심사를 가히 알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