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더럽히지 말라
바른 법을 찾는 것이 곧 바르지 못한 일 버리고 찾음이 다 같이 더럽힘이다
여기 '한 물건'이 있는데, 본래부터 한없이 밝고 신령스러워 일찍이 생기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았다. 이름 지을 길 없고 모양을 그릴 수도 없다.
한 물건이란 무엇인고?
옛사람들은 둥그러미[一圓相]를 그려놓고 이렇게 읊었다.
'옛부처가 나오기 전에의젓한 둥그러미석가도 알지 못한다 했는데 가섭이 어떻게 전하랴.'
이것이 한 물건의 생기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이름 지을 길도 모양 그릴 수도 없는 까닭이다.
<선가귀감>
한 물건이란 무엇인고?
부처님과 조사祖師가 세상에 출현하심은 마치 바람도 없는데 물결을 일으킨 격이다.
세상에 출현한다는 것은 대비심大悲心으로 근본을 삼아 중생을 건지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한 물건'으로써 따진다면, 사람마다 본래 면목本來面目이 저절로 갖추어져 있는데 어찌
남이 연지 찍고 분 발라주기를 기다릴 것인가.
그러므로 부처님이 중생을 건진다는 것도 공연한 짓이다.
하는 수 없이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 마음이니 부처니 또는 중생이니 하지만, 이름에 얽매여
분별을 내서는 안된다. 다 그대로 옳다. 한 생각이라도 움직이면 곧 어긋난다.
<선가귀감>
중생의 마음을 버릴 것 없이 자기 성품을 더럽히지 말라.
바른 법을 찾는 것이 곧 바르지 못한 일이다.
버리는 것이나 찾는 것이나 다 같이 더럽힘이다.
본래 천진한 마음을 지키는 것이 첫째가는 정진이다.
<선가귀감>
참선參禪하는 데는 무엇보다도 고요한 환겅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고요한 환경에 빠지면 사람이 생기가 없고 고요한 데 주저앉아 깨치지 못하게 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시끄러운 환경을 싫어하고 고요한 환경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수행자가 항상 시끄럽고 번거로운 곳에서 지내다가 한번 고요한 환경을 만나면 마치 꿀이나 엿을
먹는 것과 같이 집착하게 된다.
이것이 오래 가면 스스로 곤하고 졸음에 취해 잠자기만 좋아하니, 그리 되고서야 어찌 깨치기를 바라랴.
참으로 공부하는 사람은 머리를 들어도 하늘을 보지 못하고 머리를 숙여도 땅을 보지 못하며,
산을 보아도 산이 아니요 물을 보아도 물이 아니다.
가도 가는 줄 모르고 앉아도 앉은 줄 모르며,천 사람 만 사람 가운데 있어도 한 사람도 보지 못해야 한다.
몸과 마음이 오로지 화두話頭에 대한 의문뿐이니, 그 의문을 깨뜨리지 않고는 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박산博山 <선경어禪警語>
결박하는 것도 결박을 푸는 것도 남이 하는 일이 아니다.
풀거나 얽어매는 것이 타인이 아니라면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스스로 깨닫는 데는 다른 방법이 없다.
얻고 잃음과 옳고 그름을 한꺼번에 놓아버리되, 놓아버릴 것이 없는 데까지 이르고
놓아버릴 것 없는 그것마저도 다시 놓아버려야 한다.
그 경지에 이르면 위로는 우러러 잡을 것이 없고,아래로는 자기 몸마저 없어져 청정한 광명이
앞에 나타날 것이다.천길 벼랑에서 마음대로 붙잡고 기회를 따라 움직이되,조금도 움직이는
모양이 보이지 않는 이라야 비로소 안락하고 해탈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네 바다의 물결이 고요하니
용의 잠이 편안하고
하늘에 구름이 깨끗하니
학이 높이높이 날도다.
<진각 어록 眞覺 語綠>
구름을 잡고 안개를 움켜쥐는 살아 있는 용이 어찌 썩은 물에 잠겨 있을 것인가.
해를 쫓고 바람을 따르는 용맹스런 말이 어찌 마은 동백나무 밑에 엎드려 있겠는가.
슬프다, 한낱 침묵만 지키는 어리석은 선정禪定은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려는 격이고,
문자만을 찾는 미친 지식은 바다에 들어가 모래를 세는 격이니,그것은 모두 걸림없는 기틀과
자재하고 미묘한 작용을 모르는 것이다.
종은 크게 치면 크게 울리고 작게 치면 작게 울린다.
거울은 되놈이 오면 되놈을 비추고 왜놈이 오면 왜놈을 비춘다.
그러나 이런 이치를 그들은 모르고 있다.
비록 그와 같이 자유자재한 수단을 얻었다 할지라도 아직 생사의 기슭을 떠난 것이 아니다.
그러면 말해보라. 마침내 어떤 것인가를.
깊숙한 암자 안의 주인은 암자 밖의 일을 상관하지 않는다.
<진각 어록>
봄풀을 깔고 선정禪定에 들면
솔바람 소리는 그대로 범패梵唄
티끌 하나 날아들지 못하는
이곳 죽음도 삶도 내 몰라라
-왕유<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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