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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꽃이 피네 ] (9) 진정한 인간의 길

진정한 인간의 길 산에서 사는 사람들이 산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다면 속 모르는 남들은 웃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산승들은 누구보다도 산으로 내닫는 진한 향수를 지닌다. 산에는 높이 솟은 봉우리만이 아니라 깊은 골짜기도 있다. 나무와 바위와 시냇물과 온갖 새들이며 짐승, 안개, 구름, 바람, 산울림, 이밖에도 무수한 것들이 한데 어울려 하나의 산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산은 사철을 두고 늘 새롭다. 그 중에도 여름이 지나간 가을철 산은 영원한 나그네인 우리들을 설레게 한다. -법정 스님 수상집 중에서 * 내가 그동안 법정 스님에게서 배운 중요한 것 한 가지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능하면 무엇이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소유하지 말고, 남 앞에 나타나지 말고, 일을 벌이지 말라는 것이다. 그 대신 지금 ..

무소유(법정) 2022.01.26

[산에는 꽃이 피네 ] (8) 자기 안을 들여다 보라

자기 안을 들여다 보라 요즘 내가 사는 곳에는 돌배나무와 산자두가 활짝 문을 열어 환한 꽃을 피워내고 있다. 돌배나무는 가시가 돋쳐 볼품 없고 쓸모 없는 나무인 줄 알았더니 온몸에하얀 꽃을 피우는 걸 보고 그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 산자두 역시 해묵은 둥치로 한겨울에 꺾이고 비바람에 찟겨져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는데, 가지마다 향기로운 꽃을 달고 있는 걸 보고 나서야 가까이서 그 둥치를 쓰다듬고 자주 눈길을 보내게 됐다. - 법정 스님 수상집 중에서 * 법정 스님이 '맑고 향기롭게' 모임을 시작하신지도 몇 해가 흘렀다. 왜 그런 머리 무거운 일을 시작하셨냐는 질문에 그분은 '중이 밥값을 하기 위해서'라고 간단히 말씀하신다. 그런데 주위에선 간혹 이런 얘기도 들리는 모양이다. '맑고 향기롭게'가 그동..

무소유(법정) 2022.01.26

[산에는 꽃이 피네 ] (7) 스님을 찾아서...

스님을 찾아서 나는 지금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곳에 살고 있다. 물론 내가 사는 환경이 궁핍하고 거의 원시 상태이기 때문에 자랑할 것은 못되지만 우선 순수한 내가 존재할 수 있어서 좋다. 나는 그냥 그곳에 잠시 있을 뿐이다. 수행자에게 영원한 거처가 어디 있는가. 나그네처럼 잠시 머물러 있는 것이다. 불일암을 떠나, 화전민이 살던 강원도 산골의 움막을 고쳐서 살기 시작했다. 성프란치스코는 수도자가 사는 집은 흙과 나무로만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울가에서 막돌을 주워다가 혼자서 뒷간 하나를 만들었다.창호로 스며드는 햇살이 포근하다. 바람에 파초잎 서걱거리는 소리가... 온갖 소음으로부터 자신의 영혼을 지키려면 침묵의 의미를 깨쳐야 한다. 가끔 장익 주교와 만난다. 마음을 터놓고 만나다 보니 종교의 벽이 ..

무소유(법정) 2022.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