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안으로 귀 기울이기 - 수선 다섯 뿌리 눈 속에 묻혀서 지내다가 엊그제 불일암을 다녀왔다. 남쪽에 갔더니 어느새 매화가 피어나고 있었다. 남지춘신南枝春信이라는 말이 있는데,매화는 봄에 햇볕을 많이 받는 남쪽 가지에서부터 꽃을 피운다고 해서 이런 말이 생긴 것 같다. 남쪽 가지에 봄소식이 깃들여 있다니 그럴듯한 표현이다. 기왕에 심어 놓은 매화인데 생육 상태가 안 좋아 재작년 가을에 자리를 옮기고 거름을 듬뿍 주었더니 활기를 되찾아 올해에는 꽃망울이 많이 맺혀 있었다. 나무뿐 아니라 사람도 있을 자리에 있지 않으면 자신이 지닌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어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시들고 만다. 이번에 불일암 내려가면서 수선 다섯 뿌리를 가지고 가 돌담 아래 심어 주었다. 이 일을 마치고 나니 숙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