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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편지 3. 안으로 귀 기울이기 - 두 자루 촛불 아래서

3. 안으로 귀 기울이기 - 두 자루 촛불 아래서 며칠 전부터 연일 눈이 내린다. 장마철에 날마다 비가 내리듯 그렇게 눈이 내린다. 한밤 중 천지는 숨을 죽인듯 고요한데 창밖에서는 사분사분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따금 앞산에서 우지직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가 잠시 메아리를 이룬다. 소복소복 내려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생나무 가지가 찢겨 나가는 것이다. 어제 밖에 나갈 예정이었지만 길이 막혀 나가지 못했다. 고속도로와 국도는 제설작업으로 어지간하면 길이 뚫리는데 지방도로와 산골짜기는 눈이 녹아야 길이 열린다. 지금까지 내려 쌓인 눈도 무릎께를 넘는데 며칠 더 내리면 허벅다리까지 빠질 것이다. 한겨울 깊은 산중에서는 행동반경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마루방에 있는 난로에 불을..

무소유(법정) 2022.01.19

오두막 편지 2.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 마른 나뭇단 처럼 가벼웠던 몸

2.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 마른 나뭇단처럼 가벼웠던 몸 우리 같은 출가 수행자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모두가 불효자다. 낳아 길러준 은혜를 등지고 뛰쳐나와 출세간出世間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해 겨울 싸락눈이 내리던 어느날, 나는 집을 나와 북쪽으로 길을 떠났다. 골목길을 빠져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뒤돌아 본 집에는 어머니가 홀로 계셨다. 중이 되러 절로 간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어 시골에 있는 친구집에 다녀온다고 했다. 나는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면서 자랐다. 어머니의 품속에서보다도 비쩍 마른 할머니의 품속에서 혈연의 정을 익혔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내 입산 출가의 소식을 전해듣고 어머니보다 할머니가 더욱 가슴 아파했을 것이다. 내가 해인사에서 지낼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무소유(법정) 2022.01.19

오두막 편지 2.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 사람과 사람 사이

2.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 사람과 사람 사이 한 경제 연구소가 전국 3천 1백 8가구, 7천 4백 93명을 조사 대상으로 고정 시켜, 지난 93년부터 매년 가구당 경제활동을 조사하여 최근 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도시 지역에서는 이웃과의 단절현상이 두드러져서 주민의 절반 정도가 하루에 한 번도 이웃과 접촉 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이웃과 마주치더라도 인사는커녕 얼굴을 돌리며 외면하기 일쑤다. 이게 우리 시대의 차디차고 무표정한 세태이다. 바로 이웃에 살면서도 벽과 담으로 갈라놓은 주거형태가 사람한테서 인사와 표정을 앗아간 것이다. 굳이 이런 조사 보고가 아니더라도, 오늘날 우리들은 도시나 농어촌을 가릴 것 없이 따뜻하고 정다운 인간적인 속성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날이..

무소유(법정) 2022.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