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안으로 귀 기울이기 - 두 자루 촛불 아래서 며칠 전부터 연일 눈이 내린다. 장마철에 날마다 비가 내리듯 그렇게 눈이 내린다. 한밤 중 천지는 숨을 죽인듯 고요한데 창밖에서는 사분사분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따금 앞산에서 우지직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가 잠시 메아리를 이룬다. 소복소복 내려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생나무 가지가 찢겨 나가는 것이다. 어제 밖에 나갈 예정이었지만 길이 막혀 나가지 못했다. 고속도로와 국도는 제설작업으로 어지간하면 길이 뚫리는데 지방도로와 산골짜기는 눈이 녹아야 길이 열린다. 지금까지 내려 쌓인 눈도 무릎께를 넘는데 며칠 더 내리면 허벅다리까지 빠질 것이다. 한겨울 깊은 산중에서는 행동반경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마루방에 있는 난로에 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