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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꽃이 피네 ] (3) 소유의 비좁은 골방

소유의 비좁은 골방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창조하는 일,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자신에게 자신을 만들어 준다. 이 창조의 노력이 멎을 때 나무건 사람이건, 늙음과 질병과 죽음이 온다. 겉으로 보기에 나무들은 표정을 잃은 채 덤덤히 서 있는 것 같지만, 안으로는 잠시도 창조의 일손을 멈추지 않는다. 땅의 은밀한 말씀에 귀 기울이면서 새 봄의 싹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시절 인연이 오면 안으로 다스리던 생명력을 대지 위에 활짝 펼쳐 보일 것이다. -법정 스님 수상집 중에서 * 얼마 전 서울의 명동 성당에서 법정 스님을 초청해 카톨릭 신도들과 수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법문을 들었다. 명동 성당이 세워진 지 백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강연회였다. 불교 수행자가 그 설교단에 올라 법문을 한 것은 그때..

무소유(법정) 2022.01.26

[산에는 꽃이 피네 ] (2) 홀로 있는 시간

홀로 있는 시간 우리처럼 한평생 산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산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 산은 커다란 생명체요, 시들지 않는 영원한 품 속이다. 산에는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일만이 아니라, 거기에는 시가 있고, 음악이 있고, 사상이 있고 종교가 있다. 인류의 위대한 사상이나 종교가 벽돌과 시멘트로 된 교실에서가 아니라, 때묻지 않은 자연의 숲속에서 움텄다는 사실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 법정스님 수상집 중에서 얼마전 존경하는 동화작가 정채봉 선생님을 만났더니 이런 일화를 들려 주셨다. 그분이 한여름에 법정 스님을 찾아뵌 적이 있었다고 한다. 불일암으로 난 오솔길을 오르는데 날은 덥고 주위에 매미소리가 요란했다. 그래서 이런 날은 나무 그늘 아래서 낮잠이나 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무소유(법정) 2022.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