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뇌 속으로 세상 속으로♣
현재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은 무엇일까?
그것은 환경의 산물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가치관도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의 산물이다.
저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므로 서로의 가치관이 똑같을 수는 없다.
이것을 안다면 내 모양과 다른 사람 모양이 서로 다르듯 내 생각과 다른 사람 생각이 서로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만 있어도 번뇌는 훨씬 줄어든다.
옳고 그른 것이 본래 없다는 생각에 도달하면 고집이 생기지 않는다.
그 사람 처지에선 그럴 수도 있겠다는 것이 이해되면 갈등도 싸울 일도 없어진다.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이 회사일 마치면 곧바로 집에 오면 좋겠지만, 남편은 상사로부터
야단맞았거나 동료간에 갈등이 있어서 기분이 언짢아 한 잔 할 일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어릴 때는 공부한다고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어른들이 '공부는 무슨 공부냐'면서
'당장 일하러 가라.'고 호통을 치셨다. 그래서 책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소꼴 베러 가곤 했었다.
그것이 지금 기성세대가 자란 시골 환경이다.
그렇게 어렵사리 공부했던 아이가 자라서 부모가 되면 공부하기에 좋은 조건을 마련해
주는데도 공부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도대체 이해하기가 어렵다.
'공부방 있겠다, 등록금 대주겠다, 무엇이 부족해서 공부 안 하느냐'고 야단치지만
그 아이는 그런 어려운 환경을 모르기 때문에 부모의 생각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도리어 '아빠, 엄마는 뭘 모르셔. 정말 세대차이가 난다.'고 생각할 것이다.
내 생각이 무조건 옳지 않듯, 다른 사람의 생각도 무조건 틀리지 않다.
'그 사람 처지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겠다.'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자.
눈을 확실히 뜨고 세상을 여실히 보는 것은 아니라 해도 우선 우리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겠는가!
자신의 전부를 버리면 길이 보인다.
어떤 보살님 한 분이 상담을 신청해 오셨다.
본인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고집 센 남편이 이 법문 듣고 마음을 바꿨으면 좋겠다며 절에 데리고
올 뭐 좋은 방법이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내가 옳고 남편은 틀렸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으며, 남편의 고집을 꺾으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어찌 그 가슴속에 괴로움이 없겠는가?
그렇게 고집 센 사람을 꺾으려 한다는 것은 자신의 고집이 더 세다는 표현이다.
실제로는 그 보살님 고집이 더 센 것이다.
서로 말다툼하다가 남편이 고함이라도 지르거나 주먹다짐이라도 하면 쑥 들어가 버리므로
겉으로 보기엔 진 것 같지만 속으로는 '인간도 아니다'란 무시하는 마음이 부글거린다.
상대를 무시하는 사람이 내면적으로는 이기는 것이다.
고집하면 고집하는 그 사람의 괴로움이 더 크다. '당신 생각이 틀렸으니 고쳐야 된다'해도
상대가 고쳐 주지 않으니 그 괴로움이 얼마나 클 것인가?
그래서 그 보살님에게 "남편의 고집이 세다는 생각을 한 번 버려 보시면 어떨까요?" 라고
말해 보았다.
어떻게 틀린 것을 옳다고 할 수 있느냐 하겠지만 본래 옳고 그른 것이 없기 때문에 이것은
가능하다.
남편이 틀렸다는 생각을 버리고 '당신 생각이 옳소.' 하면 누가 제일 좋아질까?
그럴 때 부부간의 해묵은 갈등은 사라진다. 내 고집을 버리면 괴로움이 사라진다.
옳고 그름이 본래 없다는 생각으로 완전히 돌아가야 한다. 지금 갖고 있는 내 기준을
일시적으로 버려본다든지 혹은 나머지 일부를 그대로 가지고 세상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 버려야 한다.
다 버리지 않으면 눈을 뜰 수 없다. 지금까지 살면서 환경에 의해 형성된 잣대를 꽉 붙잡고
거기에 따라 다니면 목에 끈이 묶여 끌려 다니는 개와 다를 바가 없다.
벗어나려 할수록 갈등과 괴로움만 더욱 커질 뿐이다. 일단 다 버려보자.
그러면 그 버린 위에 진정한 가치가 선다.
그리고 나서 이제까지 길들여진 가치 가운데서도 옳은 것이 있고 그른 것이 있다는 것을
가려낼 수 있다.
지금은 일부를 고쳐야 할 때가 아니라 전부를 버려야 할 때다. 버리면 분별이 사라지고,
번뇌가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그리고 그 맑은 정신 위에 세워진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자료출처: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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