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 감
저는 섹스가 즐겁지 않습니다.
저의 이런 모습을 알고 남자친구도 불편해 합니다.
돌이켜 보면, 저는 누군가와 편안한 관계를 맺은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누군가를 제 곁에 두고 싶어서 섹스를 이용했고 저 또한 섹스를 즐기는 척 했을 뿐입니다.
사실 그대는 사랑을 한 번도 즐겨본 일이 없는 듯하다.
그대는 사랑에 대해서 정치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다른 목적을 위해 사랑을 이용한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가끔씩 외로움을 느낀다.
그래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기 위해, 그저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서 거짓된 관계를 맺는다.
인간은 다른 사람을 지배한다고 생각할 때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섹스를 미끼로 이용한다.
때로 인간은 수많은 남자들 또는 여자들을 정복해 나가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럴 때 사랑은 하나의 지배욕에 다름 아니다.
이런 지배욕을 즐길 수는 있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 그대와 같은 문제가 일어난다.
그런 사람이 누군가와 안정된 관계를 이루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젠 상대방과 섹스를 하는 것이 별 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상대방을 정복하고 내 수중에 넣었는데 왜 계속 섹스를 해야 하는가?
이젠 아무 이득이 없다.
그대는 사랑에 대해 아주 잘못된 태도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대는 사랑의 소중한 가치를 알지 못했다.
다만 다른 목적을 위해 사랑을 이용해 왔을 뿐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 모든 것이 안정되면 그대는 섹스와 사랑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다.
애인이 그대의 몸을 만져도 심드렁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그대는 왜 그와 함께 있는가?
무엇 때문에? 그대는 애인이 그대의 몸에 손대는 것을 싫어하고, 그의 몸에 손대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렇다면 왜 함께 지내는가?
그럴 바엔 홀로 사는 것이 낫다.
그런 상태에서 붙어 지내면 아름다운 모든 것은 사라지고 비극 밖에 남지 않는다.
두 사람이 신경전으로 기운을 소진할 뿐이다.
왜 그렇게 사는가?
둘이 함께 지내면서 아무런 기쁨도 없고 만족감도 없다면 왜 쓸데없이 말다툼을 벌이고 싸우면서 갈등하는가?
간혹 두 사람 사이에 아름다운 일들이 일어난다면 이런 갈등은 참고 지낼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전히 망가진 상태라면 왜 함께 붙어서 갈등하는가?
깨끗하게 갈라서라.
그러나 이렇게 헤어지는 것 또한 그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헤어지고 난 후에 그대는 다른 사람을 찾아 예전에 했던 게임을 되풀이할 것이 뻔하다.
이제 그대는 다시 누군가를 지배할 자유를 얻었다.
그대는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면서 누군가를 찾아 애인으로 만들고 그를 지배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자멸의 길이다.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서 사랑하는 척, 행복한 척 한다면, 그대의 목적을 달성하는 즉시 행복은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관계를 끝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별보다는 먼저 정치적인 마음을 버리도록 노력하라. 몸은 아름답다.
그가 사랑하는 그대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을 왜 거부하는가?
그대는 자신의 몸을 미워하는가?
그대는 자신의 몸에 대해 미움과 적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남자가 왜 이렇게 더러운 몸에 손을 대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대는 자신의 몸에 손대기를 꺼려한다.
그런데 이 남자는 그대의 몸을 만지며 기뻐하고 있다!
그대는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그대의 몸을 애무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그대의 이런 태도 때문에 남자 또한 냉정해진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가 자신의 몸에 대해 혐오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세뇌되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몸을 더러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의 육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아름다운 꽃도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우리의 몸은 자연이 빚어낸 가장 오묘한 작품이다.
그러니 그대의 몸을 사랑하고 즐겨라.
그대의 몸에 닿는 감촉을 즐겨라.
이 몸을 행복하게 받아들여라. 몸은 물질이다.
하지만 이 물질에서 이토록 비물질적인 아름다움이 뿜어져 나온다는 것은 얼마나 큰 기적인가!
그가 그대의 몸을 사랑할 때 그 느낌을 즐겨라.
섹스는 두 사람이 서로 에너지를 나누는 것이다.
그것이 전부이다.
더 높은 차원의 만남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섹스는 저절로 사라진다.
섹스보다 더 높은 단계들이 있다.
하지만 그 단계들은 몸을 반대하지 않는다.
이것을 분명하게 기억해 두어야 한다.
두 사람의 에너지가 융합되는 더 높은 단계들은 몸을 적대시하지 않는다.
그 단계들은 몸을 초월한다.
몸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몸보다 더 놓은 차원이다.
그러니 사랑하라.
육체적인 사랑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지 말라.
더 깊고 높은 단계의 교감을 이루도록 노력하라.
그러면 어느 날엔가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오르가즘을 느끼는 때가 올 것이다.
섹스의 오르가즘도 이에 비하면 강도가 훨씬 약하다.
이런 날이 오면 상대방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도 다른 세계로 들어갈 것이다.
그 다음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언뜻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가 존재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오르가즘에 도달할 것이다.
마치 번개가 치는 것처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짜릿한 기쁨의 전율이 흐를 것이고,
그대의 몸 전체가 무엇인가 성스러운 것으로 가득 채워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오쇼의 <섹스란 무엇인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