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절간 이야기

qhrwk 2022. 6. 22. 22:15

 절간 이야기 /조오현


사내 대장부 평생을 옷 한 벌과 지팡이 하나로 살았던 雪峰


스님은 말년에 부산 범어사에 주석했는데 그 무렵 곡기를 끊고 곡차를 즐겼지요.
그날도 자갈치 그 어시장 그 많은 사람사람 사투리 사투리 물비릿내 물비릿내 이것들을 질척질척 밟고 걸어 들어가니,

생선 좌판 위에 등이 두툼한 칼로 생태를 토막내고 있던 눈이 빠꼼 한 늙은 '아즈매 보살'이 

무르팍을 짚고 꾸부정한 허리를 펴며
뻐드렁니 하나를 내어 놓았지요.


"요새 시님 코빼기도 본 사람 없다 캐싸서 그마 시상살기 싫다 캐서 열반에 드셨나 갰나캐도요. 

오래 사니 또 보겠다캐도......"
이러고는 바짝 마른 스님의 손목을 거머잡는가 싶더니 치마 끝자락으로 눈꼽을 닦아내고, 

전대에서 돈 오천원을 꺼내어 곡 차 값으로 꼭 쥐어 주고, 

이번에는 빠닥빠닥한 일만원권 한 장 을 흰 봉투에 담아 주머니에 넣어 주면서


"둘째 미누리 아아가 여태 태기가 없다캐도... 잠이 안 온다캐도요. 

둘째놈 제대 만기제대하고 취직하마 시님 은공 갚을끼라 캐도요. 

그마 시님이 곡차 한 잔 자시고요. 칠성님께 달덩이 머 스마 하나 점지하라카소. 약소하다캐도 행편 안 그렁교?"
하고 빠꼼빠꼼 스님을 쳐다보자 

스님은 흰 봉투 속을 들여다보고는 神話 하나를 만들었지요.


"아즈매 보살! 요새 송아지 새끼 한 마리 값이 얼마인 줄 알고 캅니꺼? 모르고 캅니꺼? 

도야지 새끼도 물 좋은 놈은 몇만 원 한다 카는데에 이것 가지고 머스마 값이 되겠니꺼?"
그러자 그 맞은편 좌판 앞에서 물오징어를 팔고 있던 젊은 아즈매 보살이 쿡쿡 웃음을 참다 못해 

밑이 추지도록 웃고 말았는데, 

 

때마침 먹이를 찾아왔던 갈매기 한마리가 그 웃음소리
를 듣고 멀리 바다로 날라 갔는데, 그 소문을 얼마나 퍼뜨렸는지.......
그 후 몇 해가 지나 설봉스님 장례식 때는 부산 앞바다 그 수백 마리의 갈매기들이 모여들어서 

아즈매 보살들의 울음소리를 흑흑흑......

흉내를 내다가 눈물 뜸뜸 떨구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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