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법정)

◈말과 침묵◈국가와 종교/법으로써 다스리고 비법으로 다스리지 말라

qhrwk 2022. 1. 27. 08:48

법으로써 다스리고 비법으로 다스리지 말라

                                            

왕이 바르지 않으면 그 관료들 또한 바르지 않기 때문에...

 

"다섯 가지 공포를 없애는 것이 나라를 다스리는 기초라고 했는데.그 다섯 가지

공포란 어떤 것입니까?"

 

 "첫째는 왕이 인품이 순박하고 진중해서 과세 방법이 공평함으로써 국왕에 의한 수탈의 공포를

 없애야 한다.

둘째는 군인들이 충직하고 현명해서 탐욕을 부리지 않음으로써 국왕의 축근들이 횡포를 부리는

공포를 없애야 한다.

셋째는 관료들이 그 직분을 지키고, 은혜와 너그러움을 가지고 백성을 대함으로써 부패 관료들

때문에 피해를 입는 공포를 없애야 한다.

넷째는 백성들이 모두 도리를 지키고 겸손하며 나라를 사랑함으로써 도둑들이 날뛰는 공포를 없애야 한다.

다섯째는 이웃 나라와의 관계를 원만히 하고 교류를 잘 함으로써 침략의공포를 없애야 한다.

이 다섯 가지 공포를 없애지 않으면 백성들은 항상 불안한 상태에 있을 것이다."        

<화엄경 입법계품>

 

2천5백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불안 요인은 너무도 비슷하다.

과세의 공평, 군인들의 자기 본분 지키기, 청렴한 공직자,투철한 시민 정신, 원만한 외교관계등이

국정의 지표가되어야 한다는 것, 지당한 말씀이다.

 

부처님이 마가다의 서울 라자그리하 밖에 있는 영취산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마가다의 왕 아자타샤트루는 갠지스 강 북쪽에 있는 밧지국이 날로부강해지는 것에 위협을 느꼈다.

그는 선제공격을 가해 그 나라를 정복하려고 한 신하를 부처님께 보내 자문을 구했다.

부처님은 왕의 신하에게 말했다.

"내가 일찍이 밧지국에 머물면서 본 일인데, 그 나라 사람들은 모두 부지런하고 진실합니다.

나는 그들을 위해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일곱 가지 법을 말한 일이 있소.만일 지금도

그것을 실행하고 있다면, 그 나라는 더욱 번영할 것이고 결코 쇠약해지지는 않을 것이오."

부처님은 그 사신이 보는 앞에서 시자 아난다를 불러 물었다.

"아난다여, 밧지국 사람들이 자주 모임을 갖고 서로의 의사를 자유롭게 나눈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느냐?"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온 나라 안이 서로 화목해 갈수록 흥왕할 것이다.  그 나라는 언제나 평화로워

누구의 침략도 받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은 이와 같이 차례차례로 물었다.

"그들은 서로가 화합해 국민의 의사를 존중해서 일을 처리하느냐?"

그들은 또 새로운 제도를 만현하거나 그 전 제도를 버리지 않고 ,예부터 내려온 법과

미풍양속을 지키고 있느냐?

그 나라 사람들은 나이 많은 연장자를 공경하느냐?

그들은 부녀자와 소녀들에게 강압적으로 말을 듣게 하는 일은 없느냐?

그들은 예전부터 내려오는 조상에 대한 제사를 게을리 하지는 않느냐?

그리고 그들은 수행자를 존경하고, 이웃 나라의 수행자들이 마음놓고드나들면서 그 나라에

 머물기도 하느냐?

이런 일들을 그 나라에서는 잘 지키고 있다고 대답하자, 부처님은 왕이 보낸사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와 같은 일들을 지키고 있는 한 , 밧지국은 앞으로도 번영할 것이고 결코 쇠퇴하지는 않을 것이오."

 <장아함 유행경遊行經>

 

부처님은 그 나라의 국정자문위원도 무슨 주체 세력의 대의원도 아니었지만,덕이 높은 수행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만큼 그 시절 마가다의 왕은 겸허했던 모양이다.

부처님은 이렇게 해서 마가다왕의 전쟁에 대한 무모한 야망을 꺾어놓는다.

뿐만 아니라 낱낱이 제시한 물음을 통해, 이 나라는 과연 이 같은 일을 지키며 살아가는 건전한

사회인가를 넌지시 묻고 있다.  

 

이것을 경전에서는 '일곱 가지 쇠망하지 않는 가르침(七不  法)'이라고 한다.

불교의 사회적인 실천 윤리의 기초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자비慈悲에 있다.  

같은 내용의 이야기가 <대반열반경>첫머리에도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