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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불 들어갑니다."

▲ 지푸라기로 만들어진 연화, 짚불다비는 조금씩 그 높이를 낮추어 갈뿐 불꽃 한번 뿜어내질 않았습니다. ⓒ 임윤수 "이 시간에 왜 종을 치느냐?"고 여쭈었더니, "평소 큰 스님께서 공양을 하실 시간이라면서 공양하시라고 종을 쳤다"고 말씀하신다. 절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생활하고 계실 것 같은 그분은 큰스님과 헤어지는 애달픔을 이렇듯 공양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에 싣고 있었다. 준비되어 있던 지푸라기 방망이에 불울 붙이고 "거화!"라는 선창에 따라 연화대에 불을 붙인다. 다비장에 있던 사람들이 한결같은 마음, 하나같은 목소리로 "스님, 불 들어갑니다!"하고 소리를 지른다. 지르는 소리들은 컸지만 흔들림이 느껴질 만큼 떨고들 있다. - 중에서 에서 만나는 내소사 혜산 큰스님의 다비 풍경이다. 43년간 산중에서 ..

무소유(법정) 2022.01.09

맑고 향기로운 님이여 (법정스님께 올리는 추모시)

맑고 향기로운 님이여 긴뚝 섬 산과 물을 둥지 삼으며 바람과 구름을 벗 삼아 맑고 향기롭게 살다가신 님이여 인연이 스쳐지날 때마다 다 내려 놓고 살라 하시던 무소유의 삶 이제 비로소 머물던 시공을 버리고 가신다 하니 무정한 세월에 이리 보내 드려도 될런지요 남긴 없이 거추장스러움도 없이 조용히 떠나시는 마지막 이승의 모습에 성인을 잃은 착찹함은 말로 다하지 못합니다 세상 사람들의 삶의 고통을 위로 하시고 몸소 겪으시며 떠나가신 님이여 님께서 내려 주신 말씀으로 어려운 법문은 자비로운 언어로 바뀌어 신천(新天)의 신인(新人)이 될 것입니다 짊어지던 걸망을 내려 놓듯 대나무 평상에 가사만 덮어 다비하라는 말씀과 말빚도 이승에 두고 가시는 아름다운 다비식에는 봄바람도 눈물이 되어 흘러 넘칩니다 하얀 연기는 만..

무소유(법정) 2022.01.09

이해인 수녀, 법정스님 추모글

법정 스님께 언제 한번 스님을 꼭 뵈어야겠다고 벼르는 사이 저도 많이 아프게 되었고 스님도 많이 편찮으시다더니 기어이 이렇게 먼저 먼 길을 떠나셨네요. 2월 중순, 스님의 조카스님으로부터 스님께서 많이 야위셨다는 말씀을 듣고 제 슬픔은 한층 더 깊고 무거워졌더랬습니다. 평소에 스님을 직접 뵙진 못해도 스님의 청정한 글들을 통해 우리는 얼마나 큰 기쁨을 누렸는지요! 우리나라 온 국민이 다 스님의 글로 위로 받고 평화를 누리며 행복해했습니다. 웬만한 집에는 다 스님의 책이 꽂혀 있고 개인적 친분이 있는 분들은 스님의 글씨를 표구하여 걸어놓곤 했습니다. 이제 다시는 스님의 그 모습을 뵐 수 없음을, 새로운 글을 만날 수 없음을 슬퍼합니다. '야단맞고 싶으면 언제라도 나에게 오라'고 하시던 스님. 스님의 표현대..

무소유(법정) 2022.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