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749

푸른 산기슭에 집 지어 살지만

※ 남송(南宋)화가 주예(朱銳)의  手卷푸른 산기슭에 집 지어 살지만家住碧山岑가주벽산잠      푸른 산기슭에 집지어 살지만從來有寶琴종래유보금     내 원래 보배 거문고를 가지고 있네.不妨彈一曲불방탄일곡     한 곡조 타 보라면 탈 수 있지만 祗是少知音지시소지음  누가 내 곡조 알아주려나.

겨울밤-혜즙 스님(惠楫 1791~1858)

※ 전곡(錢穀)의  手卷一穗寒燈讀佛經        한 촉 차가운 등불에 불경을 읽다가不知夜雪滿空庭        밤눈이 빈 뜰에  가득 내린줄도 몰랐네深山衆木都無籟        깊은 산 나무들은 아무런 기척없고時有檐氷墮石牀        처마 끝 고드름만 섬돌에 떨어지네깊은 밤 절간 방에서 불경을 읽고 있던 어떤 스님이 있었다.간경삼매에 빠져 밤이 깊은 줄도 몰랐다. 밤중이 훨씬 넘은 시간이 되었는데밖의 기척이 여느 때와 사뭇 다른 것 같다.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던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고 가끔 처마 밑에서 울던 풍경소리도들리지 않는다. 왜 이리 조용할까?잠시 밖에 귀를 기울였더니 섬돌 위에 무엇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 살며시 문을 열어 보았다. 처마 밑에 달려있던 고드름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떨어져 부서지는..

홀로 산림의 초당에서 책이나 즐기며

※ 청대(淸代) 화가 장흡(張洽)의  선면(扇面)홀로 산림의 초당에서 책이나 즐기며獨愛林廬萬卷書  독애임려만권서홀로 산림의 초당에서 책이나 즐기며一般心事十年餘  일반심사십년여한 가지 마음으로 십 년 세월 넘겼다邇來似興源頭會  이래사흥원두회요새 와서 근원에 마주친 것 같아道把吾心看太虛  도파오심간태허도 틀어 내 마음 휘잡아 툭 트인 태허를 본다※ 명대(明代) 화가 전곡(錢谷)의  선면(扇面)  도학을 닦는 공부인은 자기가 추구하는 진리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항상 품고 산다.  만약 이것을 망각하면 우선 자기 자신을 바로 만날 수가 없다.  참선 수행에 있어 이른바 화두라는 것이 바로 자신을 틀어잡는 응집력이다.  학문을 하거나 예술을 하거나 바로 자기 자신을 틀어잡는 응집력이 갖춰져야 한다.  이것이 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