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혜즙 스님(惠楫 1791~1858)
※ 전곡(錢穀)의 手卷一穗寒燈讀佛經 한 촉 차가운 등불에 불경을 읽다가不知夜雪滿空庭 밤눈이 빈 뜰에 가득 내린줄도 몰랐네深山衆木都無籟 깊은 산 나무들은 아무런 기척없고時有檐氷墮石牀 처마 끝 고드름만 섬돌에 떨어지네깊은 밤 절간 방에서 불경을 읽고 있던 어떤 스님이 있었다.간경삼매에 빠져 밤이 깊은 줄도 몰랐다. 밤중이 훨씬 넘은 시간이 되었는데밖의 기척이 여느 때와 사뭇 다른 것 같다.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던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고 가끔 처마 밑에서 울던 풍경소리도들리지 않는다. 왜 이리 조용할까?잠시 밖에 귀를 기울였더니 섬돌 위에 무엇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 살며시 문을 열어 보았다. 처마 밑에 달려있던 고드름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떨어져 부서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