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이 희다 해서 장로인가
진실과 진리와 불살생不殺生과 절제와자제로써 더러운 때를 벗어버린 사람
마음에 뜻한 바 없고 거짓말하는 자는머리를 깎았더라도 수행자는 아니다
욕망과 탐욕에 차 있는 자가어찌 수행자이겠는가.
걸식乞食하는 그것만으로수도승이라고 할 수는 없다
모든 법을 몸에 익혀 수도승이 되는 것이지걸식한다고 해서
그렇게 부를 수는 없다.
이 세상에서 선도 악도 다 버리고음욕을 끊어 순결을 지키고
신중하게 처세하는 사람을 진정한 수도승이라고 할 것이다.
< 법구경 264~267 >
비구比丘란 팔리어 '빅쿠 bhikkhu' (산스크리트어로는 '빅슈 bhiksu')를 음역한 말인데,빌어먹는
사람이라는 뜻. 인도의 수행승은 전통적으로 밥을 빌어서 먹는다.
요즘도 동남아지방의 불교권에서는 걸식을 위한 탁발托鉢이 이어지고 있다.
앞에 인용한 경전의 내용은 겉으로 나타난 외모나 형식으로 수도승이 되는 것이 아니라,알찬 내적
생활에 의해서만 수도승比丘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자비심이 있다고 해도 부잣집을 버리고 굳이 가난한 집만을 찾아 걸식하는 것은 그 자비심을 널리
펴는일이 못 된다. 걸식은 평등한 법에 머물러 차례대로 행해야 한다.
걸식은 식욕을 위한 것이 아니며, 단순히 음식을 얻기 위해서도 아니다.
마을에 들어갈 때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 마을이라는 생각으로 들어가야 하며,어떤 형상을 보더라도
장님과 같이 보고, 들리는 소리는 메아리와 같이 들어야 한다.
냄새는 바람과 같이 맡고, 맛을 분별하지 않으며, 온갖 느낌은 깨달음의 경지에서 느끼듯 해야 하고,
모든 것이 허깨비와 같은 줄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이 걸식한 한 끼의 밥을이웃에게 두루 베풀고, 모든 부처님과 성현들께 공양한 다음에
먹을 수 있어야 남의 뵈를 헛되이 먹었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유마경 제자품 維摩經 弟子品>
유마거시維摩居士가 카샤파迦葉尊者에게 한 말이다.
검소하고 가난하기로 부처님의 제자 중에서 으뜸인 카샤파, 그는 가난한 집만을 골라 걸식한다.
그 이유인즉, 현재 가난한 것은 일찍이 복과 덕을 심지 않아서이므로 그들이 보시한 공덕으로
미래에는가난을 면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와는 달리, 부처님의 시자였던 아난다阿難尊者는 부잣집만을 골라 걸식한다.
그 까닭은, 먼저 여유가 있어야 남에게도 베풀 수 있고 걸식하는 데도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빈부를 가리지 말고 평등하게 차례로 걸식하라고 가르친다.
꽃의 향기와 빛깔을 다치지 않고꿀만을 따가는 꿀벌처럼
지혜로운 성자는 그와 같이마을에서 걸식을 해야 한다.
<법구경 49>
머리카락이 희다고 해서장로長老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나이만을 먹었다면그는 부질없이 늙어버린 속 빈 늙은이.진실과 진리와불살생不殺生과 절제와
자제로써 더러운 때를 벗어버린 사람을진정한 장로라 한다.
<법구경 260~261>
부처님의 제자 아니룻다는 밤잠을 자지 않고 지나치게 정진하던 끝에 불행히도실명失明을 하고 말았다.
정진한 결과 마음의 눈심慧眼 은 열렸지만 육안을 잃어버린 그의 일상은 말할 수 없이 불편했다.
어느 날 해진 가사를 깁기 위해 바늘귀를 꿰려고 했지만 꿸 수가 없었다.
그는 혼잣말로 '복을 지으려는 사람은 나를 위해 바늘귀를 좀 꿰주면 좋겠는데.' 하고 중얼거렸다.
이때 누군가 그의 손에서 바늘과 실을 받아 해진 가사를 기워준 사람이 있었다.
그가 부처님인 것을 뒤늦게 알고 아니룻다는 깜짝 놀랐다.
"아니, 부처님께서는 그 위에 또 무슨 복을 지을 일이 있으십니까?"
"아니룻다여, 이 세상에서 복을 지으려는 사람 중에 나보다 더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여섯 가지 법에 만족할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여섯 가지 법이란
보시와 교훈과 인욕忍辱과설법과 중생 제도와 최상의 진리를 실현함이다.
그리고 끝없는 중생들을 위해 복을 지어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힘 중에서 복의 힘이 으뜸이다.
그 복의 힘으로 깨달음을 이룬다."
<증일아함경 역품 >
현대의 우리들은 너무 이기적이다. 자기 자신에게밖에 관심을 두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닐 우산처럼자기 자신의 어깨조차 가릴 수 없도록 비좁아 간다.
덕德이란 인간의 그늘 같은 것. 자신의 그늘 아래 몇 사람쯤 감싸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사람이라고
할 수있지 않을까. 인간 생활에 어찌 이익만 있겠는가.
때로는 손해를 보면서 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원천적으로 손해란 없는 것. 손해나 희생을 통해 복과 덕의 영역이 그만큼 넓어져 가는 것이다.
세상에는 거지 되는 일이나 공것은 절대로 없다. 자신이 쌓은 덕을 스스로 거둔다.
악한 일을 하지 말고선한 일을 두루 행해 마음을 깨끗이 하라이것이 부처님들의 가르침이다.
<법구경 183>
이를 한문으로는
'諸惡莫作제악막작 衆善奉行중선봉행 自淨其意자정기의 是諸佛敎시저필교'라고 한다.
이것이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이 한결같이 가르친, 이른바 칠불통계게七佛通戒偈.
즉 과거나 현재의 깨달은 이들이 한결같이 말씀한 경책의 시詩다.
너무도 당연하고 상식적인 가르침이다. 그러나 세 살 먹은 어린이도 알기는 쉽지만 80 노인도
막상 실행하기는 어렵다.
산속의 스님 달빛이 탐이 나서물병 속에 함께 길어 담았네
절에 돌아와 뒤미처 생각하고병을 기울이니 달은
어디로 사라져버렸네.
-이규보 <우물 속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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