稚岳山上院庵(치악산상원암) - 부휴선수
(浮休善修 1543-1615)
鴈搭庭中古
안탑정중고
뜰에는 이끼 내린 옛 탑이 있고
松風洞裡寒
송풍동리한
솔바람 불어오니 산속마을 추운데
鐘聲驚醉夢
종성경졸몽
쇠북 소리에 취한 꿈 놀라고
燈火報晨昏
등화보신혼
등불은 밝혀 아침 저녁을 알리네
掃地淸人骨
소지청인골
마당을 쓸어 뼛속까지 깨끗하고
焚香淨客魂
분향정객혼
향을 사리니 나그네 혼은 맑아지네
不眠過夜半
불면과야반
잠 못 이룬 채 이 밤 지나가노니
窓外雪紛紛
창외설분분
창밖에는 소리 없이 눈이 내리네.
우전(牛田)이창훈 화가 작품(한국)
강원 원주시 신림면, 판부면 소재 시명봉(1196m)
치악산은 백두대간의 오대산에서 서남으로 갈라진 능선이 계방산과 태기산을 크게
솟구치고 영동고속국도를 넘어 매화산에 이어 웅장한 장릉을 이루면서 높이솟아
원주 동편을 감싸고있는 우리나라 굴지의 명산중의 하나이다.치악산은 동악명산으로
단풍으로도 유명하며 가을단풍이 너무 곱고 아름다워 본래 적악산이란 이름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상원사의 꿩의 보은전설에 연유하여 꿩치(雉)자를 써서 치악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치악산은 단일 산봉이 아니고 1,000m 이상의 고봉들이 장장 14㎞나 능선으로 이어져 있어
치악산맥으로 불리기도 한다.
※ 옛날 한 스님이 치악산을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꿩 두 마리가
멀찌감치 따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보기 드문 일이었지만, 그 스님은 그대로 자신의 길을 갔다.
그런데 꿩들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더니 더 이상 날아오르지를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스님은 꿩들이 떨어진 곳을 짐작해서 찾아가 보았다. 그랬더니 커다란
구렁이가 똬리를 튼 채 꿩을 향해 독을 내뿜고 있고, 꿩들은 그 독 기운데 맥을 못 추고
조금 있으면 구렁이에 먹힐 참이었다.
그 광경을 본 스님은 짚고 있던 석장을 들어 구렁이를 쫒아내 버리고 꿩을 구해 주었다.
그 날 밤 스님은 폐사가 되어 있던 구룡사(龜龍寺)에 도착하여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잠든 속에서도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것을 느껴 눈을 떠보니 구렁이가
자신의 몸을 칭칭 감은 채 금방이라도 삼킬 들이 노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구렁이는 오래 되어 말도 하였다.
“네가 내 먹을 밥을 살려주었으니 너라도 잡아먹으련다.”
“내가 네 먹이가 되어 네가 배 부른다면 이 몸이 아깝지 않다. 어서 먹어라.”
구렁이는 다소 주저하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대가 승려가 아니라면 이미 먹고 말았을 것이다. 네가 살 수 있는 한 가지 방도를
알려주겠다. 만일 그대가 나를 위해 오늘 밤이 새기 전에 종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주면
나는 이고득락(離苦得樂)하여 환생할 수 있을 것이니,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스님은 일단 구렁이에게서 풀려났지만 너무나 막막하였다. 구룡사는 폐사되어 있었고,
주변에는 다른 절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산위로 30리 가면 상원사가 있기는 했지만 지금
밤길을 간다 해도 날이 밝기 전에는 도저히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님은 모든 것은
인연에 따를 뿐이라는 생각으로 염불한 다음에 발길을 상원사로 향하였다. 갈 수 있는
데까지 가 볼 작정이었다.
그런데 새벽이 막 걷히기 직전 문득 먼 곳에서 종소리가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뎅~뎅~”종소리는 딱 두 번 울렸다. 그다지 큰 소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종소리였고,
그 소리를 들은 구렁이는 소원대로 그 자리에서 허물을 벗고 환생할 수 있게 되었다.
감격한 구렁이는 구렁이의 몸에서 벗어나면서, 자신의 몸뚱이를 화장해 줄 것을 부탁했다.
구렁이를 화장한 스님은 날이 밝자마자 상원사로 향했다. 어젯밤 종소리는 분명 상원사
쪽에서 났기 때문이다. 상원사에 간 즉시 종각으로 향한 스님은 종 앞에 떨어진 꿩 두 마리를 발견했고,
또한 종에 묻은 핏자국도 함께 보았다. 그제야 스님은 자신이 어제 낮에 구해준
꿩 두 마리가 종에 온 몸을 던져 소리를 냈던 것을 알았다.
스님은 너무나 감격하여 꿩들이 다음에는 좋은 세상에 태어나기를 기도하고 염불한 다음
산을 내려왔다.이 일이 있고 난 뒤부터 사람들은 자신을 구해 준 은혜를 잊지 않고 갚은
꿩을 기리는 뜻에서 상원사가 자리한 산을 꿩을 뜻하는 ‘雉’를 써서 치악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범종을 치기 전에 가볍게 두 번 치는 전통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
이 전설에 나오는 스님은 바로 무착 대사였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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