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3376

산은 푸르고 강물은 흐르네

산은 푸르고 강물은 흐르네 昨過永明寺 작과영명사어제 영명사를 지나다暫登浮碧樓잠등부벽루잠시 부벽루에 올랐더니城空月一片성공월일편빈 성터에 조각달 하나石老雲千秋석노운천추 천년 세월 늙은 바위 우에 구름은 뜨있고麟馬去不還린마거불환기린 말은 떠나가고 돌아오지 않는데天孫何處遊천손하처유왕손은 어디에서 놀고 있을까.長嘯倚風磴장소의풍등휘파람 불며 돌계단에 기대니山靑江水流산청강수류산은 푸르고 강물은 흘러가네.이 시는 한시 가운데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명시로 꼽히는 시이다.목은(牧隱) 이색(李穡:1328~1396)의 시로 제목은 부벽루이다. 정지상의 대동강과더불어 고려시대 한시의 2대 수작으로 꼽히는 시이다.영명사는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세웠다는 절로 광개토대왕이 세운 아홉 절 가운데하나라 한다. 평양 대동강 강변에 있으며, ..

지는 해 맑은 못을 비춰 주기에

지는 해 맑은 못을 비춰 주기에 落日臨淸池 낙일임천지지는 해 맑은 못을 비춰 주기에披襟照我面피금조아면가슴 풀고 내 얼굴 비추어 보니古跡尙依然 고적상의연옛 자취는 아직 그대로인데古人不可見고인불가견옛 사람은 만나 볼 수가 없구나. 최경창(崔慶昌: 1539~1583)은 조선조의 유명한 시인이었다.호는 고죽(孤竹)으로 선조때 군직(軍職)인 종성부사를 역임했다. 당시풍(唐詩風)의 시를잘 지어 이달(李達), 백광훈(白光勳)과 함께 조선조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불리어졌다.그의 시는 매우 청아하다고 평가 받는다. 위의 시는 시인 묵객들이 많이 모이던 무이동(武夷洞)에서 지어 제목이 무이동으로 되어 있다. 이곳에서 그는 이이(李珥), 송익필(宋翼弼), 최립(崔岦) 등과 시가를 주고받았다 고 알려져 있다. 한때 시흥을 ..

짙은 녹음 속을 꾀꼬리가 헤쳐

※ 근현대 중국화가 동대년(童大年)의 성선(成扇)짙은 녹음 속을 꾀꼬리가 헤쳐垂綠鶯來擺수록앵래파짙은 녹음 속을 꾀꼬리가 헤쳐 다니고飄綿蝶去隨표면접거수날리는 솜꽃을 나비가 따라 가네本無安穩計본무안온계본래 가만있을 계책은 없었으니爭得繫離思 쟁득계이사어찌 이별할 생각을 매어 둘 수 있을까?※ 청대(淸代) 화가 포보춘(浦寶春)의  선면(扇面)  옛날 사람들은 버들가지를 이별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았다.휘늘어진 버들가지로 무엇을 잡아맨다는 생각을 해 정든 사람을 떠나보낼 때 버들가지를 꺾어 이별을 아쉬워했으며 또 세월이 가는 것을 잡아맨다는 뜻으로 버들가지를 끈이나줄로 생각하였다. 다시 말해 버들가지로 떠나는 사람을 못 가게 잡아맨다는 것이다그리하여 이별을 주제로 한 시에는 버들가지가 자주 등장한다. 이 시는 고..

山中何所有 “산중에 무엇이 있느냐고요?

※ 근현대 중국화가 조운학(趙雲壑)의  成扇태상은자(太上隱者)라는 사람이 남긴 시이다. 누구인지 신원이 전혀 밝혀지지 않았는데당시선집(唐詩選集)에 이 사람의 시가 한 수 소개되어 있다.산중에 들어가 평생을 은자로 살면서 딱 이 시 한 수를 남겼다 한다.세상에 태어나서 벼슬을 더럽다고 마다하고 산속에 들어가 숨어산 절사(節士)들이있었다.그들은 세상의 부귀영화를 버리고 숨어서 살기를 좋아했던 사람이다. 양(梁)나라 때의 도홍경(陶弘景) 과 당초(唐初)의 반사정(潘師正) 같은 사람이 그러했다.도홍경은 산중재상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지만무제(武帝)가 그를 불러 벼슬을 맡기려 해도 끝내 사양하였다.산중에 무엇인 있어서 나오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시를 지어 답했다.※ 근현대 중국화가 황빈홍(黃賓虹)의  경심(..

<상산조행(商山早行)> 중에서-온정균(溫庭筠)

※ 근현대 중국화가 주매촌(朱梅邨)의  成扇 (1949年作)鷄聲茅店月계성모점월 띠풀 객점의 달빛 아래 닭우는 소리 들리고人迹板橋霜인적판교상널다리 서리위에 사람의 자취 남아있네?葉落山路 곡엽낙산로 떡갈나무 이파리 산길에 떨어지고枳花明驛牆지화명역장탱자꽃은 역의 담장에서 만발하였네온정균(溫庭筠),  중에서- 상산(商山): 섬서(陝西)성 상(商)현 동쪽에 있는 산. 일찍이 사호(四皓)가 은거했던 곳이다. 상령(商嶺)·상판(商板)이라고도 한다.※ 근현대 중국화가 상성명(商成名)의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김인후(金麟厚)

※ 청대(淸代) 화가 추일계(鄒一桂)의  선면(扇面)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김인후(金麟厚)靑山도 절로절로 綠水도 절로절로山절로 水절로 山水間에 나도 절로그中에 절로 자린 몸이 늙기도 절로절로여러 사람들의 입에 많이 회자되는 ‘절로절로’라는 시조이다.자연에 순응하여 저절로 살아간다는 순명(順命)의 뜻이 배여 있는 시조다.청산도 자연 그대로고 녹수도 자연 그대로이다. 이러한 산수의 자연 속에 살아가는내 자신도 자연 그대로라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나고 죽는 생사(生死)도자연 그대로라는 것이다. 이 시조의 작자 김인후(金麟厚:1510~1560)는 호가 하서(河西)이며 조선조 중기의문신 학자였다. 31세에 별시에 급제 독서당에 들어간 후 현종 때는 이조판서도 역임했다. 평생 성리학을 연구했다.이 시..

설두중현(雪竇重顯/北宋), <송(頌)> (一百則其三十八)

송(頌)-설두중현(雪竇重顯/北宋) 三界無法삼계무법삼계에 법이 없는데何處求心하처구심어디서 마음을 구할 것인가白雲爲蓋 백운위개흰 구름 일산(日傘) 되고流泉作琴유천작금흐르는 샘 거문고 타네一曲兩曲無人會일곡양곡무인회이 가락 알아듣는 사람 없는데 雨過夜塘秋水深우과야당추수심밤 못에 비 지나매 가을물 깊어가네설두중현(雪竇重顯/北宋),  (一百則其三十八)- 설두중현: 선종의 일파인 운문종(雲門宗) 선사.

명월고송(明月孤松)- 육문명(陸文銘/청)

명월고송(明月孤松)明月在濁流명월재탁류밝은 달은 흐린 물 속에 있어도不改月色淸불개월색청그 밝은 빛을 바꾸지 않고孤松盤曲徑고송반곡경외로운 소나무 오솔길에 구부러져 있어도不改松性貞불개송성정소나무의 꿋꿋한 본성을 바꾸지 않는다네 육문명(陸文銘/청), - 盤曲: 얽혀 꼬불꼬불함(盤旋曲折)

偶 吟 [우 음] 우연히 읊다 - 奇大升[기대승]

※ 청말근대 화가 반진용(潘振鏞)의  - 偶 吟 [우 음] 우연히 읊다 - 奇大升[기대승]春到山中亦已遲춘도산중역이지산 속이라 봄빛 찾아옴도 또한 더디었거니 桃花初落蕨芽肥도화초락궐아비복사꽃 막 질 제야 고사리가 살찌네.破鐺煮酒仍孤酌파쟁자주잉고작깨진 솥에다 술을 데워 혼자 마시고醉後松根無是非취후송근무시비소나무 밑에 취해 누우니 시비가 없네.우리의 눈빛을 끄는 이 시의 1구를 보노라면, 봄에게도 걸음걸이가 있는가 봅니다.산 속을 오르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금방 올라가기가 싶진 않았겠지요.그래서 시인이 머물고 있는 깊은 산 속에는 다소 늦게 도착했나 봅니다.봄빛 머금은 화사한 복숭아꽃 질 제야, 고사리가 살쪄갑니다.그래서 이 시의 속살 속을 들여다보면, 깊다라는 글자[深]을 쓰지 않았어도깊은 곳임을..., 봄..

가을 날 우연히 짓다(秋日偶成)- 정호(程顥:1032~1085)

※ 청대(淸代) 화가 왕경명(王敬銘)의  (1716年作)가을 날 우연히 짓다(秋日偶成)閑來無事復從容한래무사부종용한가로워 일 없고, 다시 조용하다睡覺東窓日已紅수각동창일이홍잠에서 깨니 동창에 해 이미 돋았네.萬物靜觀皆自得만물정관개자득만물을 고요히 바라보면 모두 터득할 뜻이 있고四時佳興與人同사시가흥여인동사시의 흥취는 사람과 다를 바 없네.道通天地有形外도통천지유형외도는 천지의 형상 밖으로 통하고思入風雲變態中사입풍운변태중생각은 바람과 구름의 변태 속으로 들어가노라富貴不淫貧賤樂부귀불음빈천락부귀에 음란하지 않고 빈천을 즐기니男兒到此是豪雄남아도차시호웅남아가 이 정도 되어야 호걸이 아닐까북송 중기의 유학자 정호(程顥:1032~1085)가 지은 시이다. 정호는 자는 백순(伯淳),호는 명도(明道)로 송나라 때 도학의 대표적..